안치환 6집 〈I still believe〉

중앙일보

입력

어느 가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 이번 앨범은 이전 앨범과 틀리다."
하지만 그(녀)의 타이틀은 예전 음악과 크게 틀리지 않았다.

'뭐가 이전 앨범과 다르다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의 앨범 전 곡을 듣고 나서야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타이틀은 대중적 인기를 노려서 이전과 별로 차이가 없는 반면 앨범 대부분의 곡들은 대중보다는 자신이 하고 하고 싶은 음악을 수록해놓았던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이런 유형의 앨범이 은근히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안치환의 6집은 이런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만든다.
그는 '민중성'과 '대중성' 두 갈림길에서 결정을 하지 못한채 '민중적' 노래와 '대중적' 노래를 섞어서 싣는 방식을 택했다.

아직 사랑 노래에 익숙한 내 귀에 우선적으로 들린 곡은 '대중적' 노래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사랑하게 되면'이다. 안치환의 대표적 히트곡 '내가 만일'을 쓴 김범수가 만든 노래이다. 사랑을 그리워하는 기타음으로 시작하는 '사랑하게 되면'은 '내가 만일'의 형제격인 노래이다. 그렇대면 '민중적' 노래는?

6번곡 '악몽 '98'이다. IMF를 당한 서민들의 격분과 허탈감을 표현한 이 곡은 안치환이 아니면 아무도 (대중적) 음반에 수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밖에도, 고향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어머니 전상서', 강인함이 숨어 있는 부드러운 노래 '나무의 서' 등 좋은 노래들이 많이 있다.

안치환의 6집을 들으며 '그가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민중과 대중은 비슷한 성격의 집단인데 유독 음악에서만은 쉽게 접목되지 않는다. 안치환도 이 점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고민과 그 고민을 가지고 하나의 앨범을 만들려는 노력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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