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북한군 피해 담긴 위성사진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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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우리 군 대응사격으로 인한 북한 개머리와 무도 지역의 피해 상황을 찍은 사진을 보고받았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26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보기관에서 이 대통령에게 개머리 지역에 대한 위성사진을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이 사진에는 K-9 자주포의 포격으로 생긴 커다란 웅덩이들과 부서진 시설물 등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도 개머리와 무도 지역의 피탄 흔적을 일부 확인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북한 피해 상황을 우리 측 정보 자산을 통해 종합적으로 식별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무도·개머리 지역에 화재가 발생했고 개머리 진지에는 우리 포탄에 맞은 다수의 흔적이 식별됐으며 무도 지역에서도 교통호(진지와 진지 사이를 오갈 수 있도록 파놓은 좁은 길)가 매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육안 관측이 아니라 각종 영상자료 등을 종합해 식별을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입수된 정보로는 우리 군의 대응사격이 북한 군에 치명적 피해를 입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도 사진을 본 뒤 “북한군은 지하 대피시설을 비교적 잘 구축해놓았기 때문인지 피해 규모가 상세하게 식별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군은 연평도 교전 직후부터 “화력이 월등히 우수한 K-9 자주포로 80발이나 쐈기 때문에 북측도 상당한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한 방송사가 연평도에서 촬영한 화면에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해안포 진지와 병사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북한 부대 막사 주변 모습이 잡혔다.

이 때문에 “군이 북한 측 피해를 과도하게 예측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런 논란 속에서도 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사진을 포함해 북한군 피해 증빙 자료를 아직 대외적으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간 기상이 안 좋아 제대로 된 정보 수집이 불가능했었다”며 “하지만 정확한 정보가 확인되더라도 우리 군의 정보수집 능력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민간에 공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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