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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의 쇼핑 혁명 1등만이 살아 남는다

중앙일보

입력

제프 베조스(35)
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동차를 타고 미국 횡단여행을 하던 중 전자 상거래 구상을 구체화했다. 메그 휘트먼(42)
은 도자기 말인형을 판매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는 어떤 여성의 말을 듣고 번쩍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제이 워커(43)
는 변호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제 그들은 온라인 쇼핑 혁명의 최전선에서 회사를 이끈다. 물론 다들 엄청난 부자다. 그러나 그들이 갑자기 떼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그 세 사람 중 누가 더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킬 것이냐는 점이다. 현재 온라인 쇼핑은 전체 소매업 매출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시장이다. 매출규모는 앞으로 급상승할 전망이다. 3년 내 1천8백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어느 누구도 감 잡을 수 없는 미래의 도약판에 불과하다. 그보다 더 예측하기 곤란한 것은 온라인 쇼핑 방법의 미래다. 전자 상거래는 아직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아직 최상의 거래방법이 정착되지 않았다. 기존 방식을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좀더 색다른 방법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에 대해 좀더 알아보기 위해 우선 전자 상거래의 세 선두주자를 살펴보자. 그들은 각기 다른 판매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방법은 이미 우리의 쇼핑행태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아마존.컴의 제프 베조스 회장은 벽돌과 시멘트로 지어진 창고만 없다 뿐이지 전통적 교환에 의한 판매를 토대로 하는 사업체를 이끈다. e베이의 메그 휘트먼 사장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경매에 참여할 때 생활이 변하고 돈도 벌게 된다고 믿는 두 아이의 엄마다. 프라이스라인의 창시자이며 코네티컷州의 마케팅 귀재인 제이 워커는 인터넷 출현 이전에는 불가능했을 사업 계획들을 내놓는다. 그중 한 가지는 소비자가 원하는 항공권 가격·호텔 객실료 등을 직접 부르는 것이다(앞으로는 콜라·세제 등 슈퍼마켓 물품으로까지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다)
.

이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무명이었다. 그러나 1백여 일 후 시작될 21세기에는 그들의 아이디어가 우리의 서가(書架)
를 장식하고, 찬장을 채우며, 비행기 좌석을 예약해주고, 가계부를 좌우할지도 모른다.

베조스는 수시로 호탕하게 웃어 대화가 자주 끊긴다. 그가 그렇게 자주 웃는 것도 당연하다. 이제 아마존강 오지에서 사는 원주민이 아닌 이상 그의 회사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존.컴은 온라인의 최대 서점(2백60개의 실제 초대형 서점망을 가진 보더스의 시가총액이 10억 달러인데 반해 아마존.컴은 무려 2백20억 달러다)
일 뿐만 아니라 인터넷 최대의 음반점인 동시에 장난감과 가전제품까지 취급한다. 아마존.컴은 인터넷 상거래의 기수(旗手)
이며,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거래방식이 통한다는 산 증거다. 그런데도 아직 이문을 남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익을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그 회사의 한 간부는 설명했다. “온라인으로 사고 싶은 물건은 무엇이든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원래 베조스의 구상은 간단했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벽돌과 시멘트로 지은 상점 없이 인터넷상으로 소매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인터넷에선 판매자가 구매자를 직접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게가 따라올 수 없는 이문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예컨대 1천 개의 상점을 보유한 체인점이 판매액을 배가하려면 상점을 1천 개 늘려야 하며 거기에는 그만큼 토지비와 인건비가 수반된다고 베조스는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 사업은 웹사이트와 유통채널의 고정비용만 넘어서면 추가비용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판매증가를 감당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최저價·최상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사업구상은 플로리다주 태생의 베조스가 94년 금융전략가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자동차를 물려받기 위해 텍사스주 포트 워스로 날아간 뒤 구체화됐다. 부인이 운전하는 동안 그는 랩톱 컴퓨터로 사업계획을 작성했다. 그는 구속을 싫어하는 고학력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시애틀에 둥지를 틀기로 했다.

애초에 베조스의 사업계획을 들은 사람들은 미심쩍어했다. 본인도 확신을 갖지는 못했다. “최대 문제는 기술적인 면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런 식의 쇼핑에 관심을 가질지 여부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책 구매자들을 디지털 시대로 끌어들일 방법을 생각하느라 1년의 계획기간을 거친 뒤 비로소 사이트를 개설했다. 광범위한 선택, 싼 가격, 쉬운 사용법 제공이 그의 최우선 목표였다.

다행히도 당시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모험심이 많은 타입들로 전자 상거래라는 신세계로 가상 번지점프를 할 준비가 돼 있었다. 인터넷 인구가 증가하면서 소문도 퍼졌다. 아마존.컴의 고객 수는 지난 2년간 2백만 명에서 1천1백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 과정에서 베조스와 아마존.컴은 온라인 쇼핑의 정의를 내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베조스는 실제 서점과는 차별화된 즐거움을 개척해야 했다. 아마존.컴의 웹사이트는 어떤 항목을 선택한 후 신속하게 세분화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오래 머무를 이유도 있다. 아마존.컴에서 정보는 곧 오락이며 이용자들에게 추가 구매를 유혹하는 한 방편이다.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단순 재포장하는 방법(일반 베스트셀러 순위, 특정 서적을 구입한 사람들이 사는 또다른 책들에 대한 소개, 특정 서클의 베스트셀러 소개)
으로 유용하게 책을 추천해준다. 게다가 독자들의 서평을 뺄 수 없다. 아마존.컴엔 혹평도 게재된다. 그 이유를 두고 아마존.컴은 물건만 팔자는 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베조스는 설명했다. “고객의 구매 결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사업이다.”

아마존.컴과 그 모델은 곧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일반 서점은 물론 카탈로그를 통해 서적을 판매하는 회사들에 이르기까지 경쟁상대는 도처에 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의 어느 특정 소매분야에는 두셋의 대형 승자만 남는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경쟁자들로선 거대업체와의 정면 승부보다 전문화로 나가야 하며 거기서도 경쟁은 치열하다.

베조스는 전자 상거래의 파급효과로 경제 전반이 덕을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 머지 않은 장래에 베스트셀러·CD·식료품 등을 실은 봉고차가 교외 주택가로 배달을 다니게 될 것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지 몇 시간 내에 봉고차가 물건을 배달해준다. 팜톱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주문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중대 의미를 지닌 쇼핑 혁신은 퍼비인형과 함께 몰려왔다. 그러나 메그 휘트먼이 처음부터 e베이를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디즈니와 해스브로 토이社를 거치면서 인터넷의 잠재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98년 초 주로 비니 베이비 인형이나 야구카드 같은 수집품을 경매하는 사이트인 e베이를 방문했을 때 그녀는 사용법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e베이는 95년 피에르 오미드야르에 의해 개설됐다. 그는 페즈 디스펜서(캔디가 한 개씩 나오는 용기)
를 모으는 애인의 수집품을 늘려주고 싶었다. 인터넷은 희귀품의 판매자를 구매자와 연결시켜주는 데 뛰어난 방법이었으며 그 기술을 이용해 경매를 하는 것도 쉬웠다. 오미드야르는 사이트를 개설한 뒤에야 비로소 사업으로 굳혔다. 모든 재고관리·주문·선적·대금지불이 e베이에 등록된 고객과 판매자 및 구매자들에 의해 이뤄지는 혁신적인 방식이었다. 판매대금의 일정 몫을 떼는 것이 수익이 됐다.

오미드야르가 휘트먼에게 사장 자리를 제의할 무렵 e베이는 대단한 인기를 누리면서 이미 이문까지 남기고 있었다. e베이 덕택에 ‘경매’라는 것이 아주 재미난 광고로 바뀌었고, 막판의 경매열기는 특별한 재미를 더했다. 휘트먼이 마침내 로드 아일랜드州의 퍼터컷에서 실리콘 밸리로 무대를 옮길 결심을 한 것은 e베이 사용자들이 하나의 지역사회를 구축하게 됐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e베이의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신뢰를 구축하는 독창적 방법은 바로 사용자들로부터의 피드백이었다. e베이에는 광범위한 채팅보드가 있어 사용자들이 구매요령과 소문을 주고받는다. 휘트먼은 e베이 영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로 이뤄진 한 포커스 그룹의 대화에 참여하면서 경매가 사람들에게 권한을 준다는 것과 고객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시장을 계속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휘트먼도 이미 깨달았듯 인터넷 사회를 주도한다는 것은 호랑이의 꼬리를 잡고 끌고 가는 것과 같다.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주면 즉각 반응이 나온다(e베이는 전력 장애로 고생했다)
. 또 e베이가 최근 그랬듯 요금을 인상하면 엄청난 난리가 난다. 최근 e베이 채팅보드에 올라 있던 휘트먼에 관한 성토를 보면 “그 멍청이를 몰아내자. 그녀는 진짜 무능하다”라는 말이 있다.

휘트먼은 사용자들의 참여가 더 쉬워지도록 사이트를 개선했으며 고객들이 더욱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녀는 구매자가 개인수표나 우편환으로 지불하는 현행 방식 대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성가신 대금지불 과정을 해결하려고 한다. 또 수집품 위주인 사업품목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경매로 구입하는 품목에는 한계가 있다. 경매제도는 재미는 있지만 구매자의 입장에서 반드시 효율적이거나 경제적인 것은 아니다(결국 돈을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 따라서 휘트먼은 일부 고정가격제 품목을 포함, 다른 유형의 도입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e베이는 아마존.컴과 야후!의 판매자-무료 경매 등 여러 경쟁 사이트와의 경쟁에서 잘 버티고 있다(마이크로소프트는 올 하반기 자사의 MSN으로 경매를 시작할 것이다)
. 그러나 곧 수많은 다른 회사가 경매방식을 도입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것이다.

e베이의 사무실은 웹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잡동사니들이 가득한 전형적인 실리콘 밸리 스타일이지만 코네티컷州 스탬퍼드에 있는 제이 워커의 사무실은 그와 대조적이다. 선반에는 가죽 케이스에 든 수집가용 주화(鑄貨)
와 제본된 특허 신청서가 빽빽이 꽂혀 있다. 벽에는 우주경쟁과 관련된 희귀한 소품들과 리처드 닉슨이 하야 의사를 밝히며 헨리 키신저에게 보낸 서한이 걸려 있다.

전자 상거래를 e베이의 경매 모델보다 한 차원 높인 워커는 여느 인터넷 창업회사의 최고경영자와는 다르다. 10여 개 회사를 거친 뉴욕주 스카스데일 태생의 전문 경영인인 그는 기술 대신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었다. 인터넷이야말로 신용카드를 소지한 소비자들이 셀 수 없이 많은, 마케팅 담당자들의 꿈의 무대다. 그러나 워커는 현명하게도 네티즌들을 공략이 쉬운 봉이 아니라 힘을 갖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로 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인터넷을 통해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사업모델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지구상의 모든 산업을 바꿔놓을 수 있는 모델이었다.

워커는 그런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그 사업모델을 소유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같은 생각은 사업방식도 특허 대상이 된다는 최근의 법원 판결로 더욱 공고해졌다. 그는 10여 명의 특허 전문 변호사들과 법률회사 회의실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그 가능성을 확인한 뒤 즉시 워커 디지털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새로운 사업계획을 구상해 특허를 낸 뒤 기업에 파는 회사였다.

그 회사가 내놓은 첫번째 큰 구상이 프라이스라인이었다. 항공사와 여행시간 선택에 융통성을 주는 조건으로 고객이 항공료를 스스로 정하게 한 것이다. 고객이 특정 항공사를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항공사로선 단골고객을 잃지 않으면서도 남는 좌석을 팔 수 있다. 수백만 명의 잠재 고객이 항공사의 데이터베이스를 신속히 접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워커는 그 아이디어의 특허를 냈다. 그러고는 부하직원들이 항공사에서 대응책으로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는 방법(항공사가 비행편을 지정하는 조건으로 더 싼 값에 파는 ‘애니타임 티켓’)
을 생각해내자 만약을 위해 그 아이디어도 특허를 냈다.

‘스타 트렉’에 출연했던 윌리엄 섀트너가 나오는 화려한 광고 덕분에 잠재적 고객은 확보할 수 있었지만 항공사를 동참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프라이스라인은 결국 델타 항공사를 대주주로 유치했다. 고객들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금액을 부르는 법을 익혀가고 프라이스라인이 더 많은 항공사를 끌어들여 항공편이 늘어나면서 자신이 부른 값에 성공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그러나 아직은 성공률이 50% 미만이다)
. 프라이스라인은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매주 약 4만 장의 티켓을 팔고 있다. 또 주가가 한창이던 올 초보다는 상당히 떨어졌지만 월街는 이 회사의 시가총액을 8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프라이스라인은 사업 영역을 호텔 객실료·주택 대부금·자동차로 확장시켰다. 그 끝은 어디인가. 올 가을로 예정된 ‘웹하우스 클럽’ 서비스가 나오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고객이 값을 부르는 시스템을 식료품에 적용하는 것이다. 고객은 유명상표의 콜라·건전지·수세미·기저귀 등에 원하는 가격을 정할 수 있지만 특정상표를 지정할 수는 없다. 제시가격이 수락되면(응답은 바로 가능하다)
신용카드로 청구가 나가는 동시에 집 근처 가게에서 물건을 찾을 수 있는 상품 인환권이 발행된다(이 서비스는 6백 개 이상의 점포가 참여한 뉴욕시에서 개시된다)
. 그 과정이 너무 번거롭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 워커는 “쇠고기나 맥주에 대해 자기가 살 값을 부르는 사람이라면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료품 벤처사업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워커는 인터넷이 새로운 상거래 스타일을 시도하기에 좋은 비옥한 땅이라는 사실을 이미 입증했다. 다른 회사들도 그 뒤를 따를 것이다. 일례로 머카타社는 소비자를 규합해 그 집단 구매력으로 가격을 낮춘다. 또 마이크로소프트社의 여행 사이트 ‘엑스피디아’는 프라이스라인의 서비스와 유사하게 보이는, 고객의 호텔 객실료 지정案을 발표했다.

이런 새로운 유형들이 성공할 것은 확실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사업방식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제프 베조스의 직판 방식은 확고히 자리잡은 것 같고 메그 휘트먼의 경매 경제는 잡동사니 수준을 넘어 환영받고 있다. 또 AOL·야후!·마이크로소프트 등 인터넷의 다른 거인들도 고객을 끄는 모델은 얼마든지 환영한다.
한편 제이 워커는 차세대 혁명을 모색중이다. 아마도 컴퓨터가 사람의 음성을 확실히 인식할 수 있을 때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그는 생각한다. 그의 상상은 이런 것이다. “가게에 들어가 ‘프라이스라인에 나온 가격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 컴퓨터들이 ‘좋다’라고 대답하면서 그때부터 컴퓨터와의 흥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Steven Levy 기자

뉴스위크 한국판(http://nwk.joongang.co.kr) 제 397호 1999.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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