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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 北해안포 정밀타격 무기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에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 군 전력은 북한의 상륙과 기습점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국지적인 도발에 대한 대비태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유사시 군 전력을 해군과 공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24일 국회에 출석해 "연평도·백령도에 배치된 전력은 (북한의)상륙 위험을 고려했던 것"이라며 "(국지적인) 포격전이 심각한 문제로 노출돼 전력 보강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국지적인 해안포 공격에 대한 대비태세가 부족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북한은 130㎜ 대구경포와 170㎜ 자주포 등 1000여문의 해안포를 백령도와 인접한 장산곶, 옹진반도와 연평도 북쪽의 강령반도 및 월래도, 대수압도 등의 해안과 섬의 암벽을 따라 굴을 뚫어 촘촘히 숨겨 놨다. 또 최근에는 120mm 방사포(다연장로켓포)까지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해안포는 동굴진지 안에서 5m 길이의 레일을 따라 앞뒤로 이동할 수 있어 사격 때에는 동굴 진지 안에서 끄집어내 바깥의 위장막을 걷어낸 뒤 발사한다.

그러나 해병대가 보유하고 있는 포 중 북 해안포 진지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것은 사거리 40km의 K-9자주포와 사거리 30km의 155㎜ 견인포 정도다. 나머지 야포는 사거리가 짧아 해안포를 공격할 수 없다. K-9 자주포는 연평도와 백령도에 각 6문씩 배치돼 있으며 155㎜ 견인포는 백령도에만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드러난 것은 해안암벽 동굴속에 배치된 북 해안포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정밀성과 사거리를 갖춘 무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북이 연평도를 공격할 때 우리 군은 K-9 자주포로만 응사했다. 그러나 K-9은 곡사포이기 때문에 해안포를 직접 타격하는데 문제가 있어 주로 군 막사를 공격했다. 이로 인해 북한의 해안포 2차 사격을 저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북 해안포에 대한 공격은 F-16, F-15K 등 전투기 미사일의 정밀타격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군은 이는 '교전수칙 위반일 뿐 아니라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확전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격하지 않았다' 고 말한다. 또 다른 대응 수단인 함포공격도 여의치 않았다. 동굴속 해안포를 직접 공격하기에는 정밀성이 떨어진다. 또 해안에 배치된 북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때문에 사거리 안으로 접근하는데 위험부담이 크다.

김 장관은 향후 대책과 관련해 서해 5 도지역에 배치된 K-9 자주포 수를 늘이고, 사거리가 짧은 105㎜ 견인포는 155㎜ 자주포로 바꾸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의 방어전략이 너무 수세적이라며 무인공격기 등 신무기를 도입해 동굴속에 들어있는 적 해안포를 박살낼수 있는 공세적 방어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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