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학 유고소설 '빙하기행' 문학사상 10월호서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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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31일 세상을 떠난 소설가 장용학(張龍鶴·1921∼1999)
의 미완성 유고소설'빙하기행(氷河紀行)
'이 월간 문학사상 10월호를 통해 공개됐다.6·25전후의 피폐한 시대상 속에서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을 실험적 형태로 풀어낸 '요한시집'으로 50년대 지식인 소설의 전형을 세운 장용학은 87년 '하여가행'(何如歌行)
이후로 절필상태였다.

'빙하기행'은 반체제적인 글을 담은 공책이 발각돼 정보기관에 연행되었던 주인공이 고문으로 인한 정신분열 상태 속에서 경험하는 환상이 줄거리.환상 속의 공간인 잡초원(雜草園)
에서 독재정부는 국가의 상징인 잡초를 개량해 장미보다 아름다운 꽃을 만들려고 하지만 쉽지 않자 조화(造花)
를 세워 놓고 국민을 기만한다.

주제나 방식면에서 장용학 소설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작품에 대해 평론가 박창원(청양대)
교수는 "그의 다른 소설과 달리 한결 구체적으로 체제비판적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주목한다.

박교수는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 있다가 박정희정권에 대한 부정적 입장때문에 해직될 당시 남산 중앙정보부에 두 차례 끌려가 심문을 당한 작가의 개인적 체험이 투영된 작품"이라면서 "장용학 소설의 전체적인 주제를 포괄하면서도 작자가 마음 속에 숨기고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현실 세계의 비애가 가득 담겨있다"고 평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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