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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정밀포격’ 논문 썼다는 김정은이 직접 지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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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 첫째)이 김정은(왼쪽 첫째)과 함께 21일 황해남도 용연군 용연바닷가양어사업소를 방문해 철갑상어를 구경하며 웃고 있다. 이날 김정일 부자는 용연군 인근에 위치한 해안포 지휘부대를 방문한 것으로 24일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군의 연평도 공격 이틀 전 김정일·김정은 부자가 서해 해안포 지휘 부대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된 것은 이번 공격이 북한 최고 권력층의 결정에 의한 도발임을 일러준다. 특히 관계 당국은 지난 9월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공식 등장한 후계자 김정은(26)의 역할과 군부 지휘라인이 누구인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방위원장 겸 최고사령관인 김정일(68)의 해안포 지휘 부대 방문은 은밀하게 이뤄졌다. 북한군의 무차별 포격이 이루어지기 이틀 전인 21일 김정일과 김정은이 부대를 찾아 지휘부를 격려하고 해안포 사격 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한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김정일은 지난해 11월 대청해전에서 패한 직후에는 도발을 주도한 남포의 서해함대사령부인 해군 587연합부대 지휘부를 시찰했다.

사령부의 한 군관은 지난 4월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최고사령관 동지(김정일)가 함선에 올라 바다의 결사대·영웅들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에도 직접 현장을 찾아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강조하고 차질 없는 공격을 독려했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김정일이 후계자인 김정은을 대동한 점은 눈길을 끈다. 김정은은 지난 9월 당 대표자회 때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책을 맡았다. 직전 군 대장 칭호도 받았다. 이후 군부를 기반으로 후계자 지위를 다지기 위한 행보를 하고 있다.

당국은 북한이 김정은을 ‘포병 전문가’로 내세워 온 점에 주목한다. 김정은이 김일성군사종합대 포병학과를 2년 동안 개별교습 형태로 다녔고, 졸업논문으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포 사격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일이 지난해 1~3월 포병부대를 매달 방문해 훈련을 참관하는 이례적 모습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란 얘기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김정은 관련 북한 내부 강연문건은 “김정은 동지는 포병 부문에 매우 정통하다”며 “정확한 지점에 화력타격을 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선전자료가 과장된 측면이 있겠지만 김정은이 포병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이번 공격을 ‘남조선 군부 세력의 도발에 일격을 가한 김정은의 선군영도’라는 식으로 후계자 업적 만들기에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정일·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군부 핵심라인은 이영호 총참모장(우리 군의 합참의장에 해당)과 김명국 작전국장, 김영철 정찰국장, 김격식 4군단장을 꼽을 수 있다. 이영호는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과 함께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함께 오른 인물로 김정은의 군부 후견인이라 할 수 있다. 김명국 작전국장은 북한 군의 작전을 총괄하는 실세로 김정일 부자의 이번 서해 방문을 수행했다.

 김영철은 노동당 작전부 등 공작기구를 통합한 정찰총국을 관장한다. 김영철은 천안함 도발의 실무 총책인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이 지목하는 강경파다. 총참모장이던 김격식은 지난해 초 4군단장으로 전보됐으나 김정일이 “잘하고 돌아오라”며 격려한 사실이 파악돼 서해 NLL 도발을 위한 포석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김정일이 평소 “김격식과 나는 ‘격식’이 없다”고 할 정도로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이 “이번 연평도 해안포 도발도 김격식·김영철이 했다고 보느냐”고 묻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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