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모 서해훈련 무산시켰던 중국, 이번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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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이 조만간 서해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참가하면 중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중국 정부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머잖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반대 및 반발의 강도는 지난 3월 천안함 사건 때보다는 다소 약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앞서 천안함 사건의 여파로 8월 초 미 국방부가 조지 워싱턴함의 서해 훈련 참가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중국 정부는 강력한 반대 의사를 거듭 표명했었다.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우리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이미 수차례 명확하고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면서 “우리의 우려 섞인 관심과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었다. 그 무렵 중국은 서해에 가까운 해상과 육상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여차하면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었다.

 결국 미국이 조지 워싱턴함의 서해 훈련을 연기하면서 당시의 팽팽했던 긴장은 일단 진정 국면으로 돌았었다. 그랬던 게 3개월 만에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이 문제가 또다시 미·중 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아태학회 한반도연구회 왕린창(王林昌) 위원은 “천안함 사건 때의 경험 때문에 여론을 고려해서라도 중국 정부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 당교(黨校) 자오후지(趙虎吉) 교수는 “중국이 미 항모의 서해 진입을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겠지만 반대 의사는 분명히 밝힐 것 같다”고 예상했다.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주펑(朱鋒) 교수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중국 정부가 반대를 하겠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 8월 때처럼 강도 높게 반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 교수는 “북한이 민간인을 상대로 포격한 것은 도발이라고 중국 정부 내에서도 인식하고 있다”며 “천안함 때와는 반대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따라서 중국 정부로서는 입장 표명의 수위를 놓고 고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조지 워싱턴함의 서해 진입이 미·중 관계를 극도로 경색시킬지에 대해 중국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보적인 입장이다. 왕 위원은 “워싱턴함의 서해 훈련을 비판하는 것으로 의사 표시는 충분하다”며 “중·미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는 것은 양측이 모두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극단적 대결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교수도 “천안함 사건 이전에 미 항모가 서해에 진입한 사실을 중국은 알고 있다”며 “ 중·미 관계가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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