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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문가 칼럼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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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이혼이란 말 그대로 부부가 자유롭게 협의하여 이혼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협의상 이혼의 사유는 무엇이든 상관없이 쌍방의 의사합치로 이혼할 수 있다.

 가령 드라마에서 보면 심한 부부싸움 끝에 부인이 남편에게 서류봉투를 쓰윽 내민다. 그리고 그 안에는 어김없이 ‘이혼신고서’가 들어있으며, 이미 부인의 기명날인까지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편이 독자적으로 협의이혼신고를 하면 이혼이 되는것일까? 혹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이혼신청을 하면 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우 이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협의이혼이라도 이혼신고서에 도장을 찍어주는 것만으로 이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협의이혼의 경우 우선 부부 쌍방이 이혼합의를 하고, 수개월의 숙려기간을 거쳐, 부부가 반드시 법원에 출석하여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판사 앞에서 진술하고 확인을 받아야 하며, 가족관계등록관청에 이혼신고를 해야만 비로소 협의이혼이 성립되는 것이다.

 즉, 재판상 이혼의 경우와 달리 변호사 등 대리인에 의한 신청은 불가능하며 반드시 부부가 직접 법원에 방문하여 접수를 하고 안내를 받아야 하며 이혼의사의 확인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한편 판사 앞에서 협의이혼의사를 확인받으면 재판상 이혼과 같은 효과가 생기는가? 즉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혹은 자녀의 양육과 관련하여 그 합의한 대로 기판력 혹은 집행력이 생기는가? 이 역시 절대 그렇지 않다.

 협의이혼에서 판사는 본인이 맞는지, 이혼의사가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또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그 친권 및 양육권 행사는 누가 할 것인가만 ‘확인’해줄 뿐이다.

 재판상 이혼과 달리 협의이혼의 경우 판사는 이혼에 부수되는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비 문제 등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관여할 권한이 없다.

 정리하자면 협의이혼의사 확인절차는 확인 당시에 당사자들이 이혼을 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가를 밝히는데 그칠 뿐 그들이 의사결정의 정확한 능력을 가졌는지 또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협의이혼 의사를 결정하였는지 하는 점에 대하여는 전혀 심리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부부 쌍방이 협의이혼을 하되 위의 이혼에 부수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그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협의이혼이 되었다면, 이혼 후에 별도로 법원에 재산분할청구, 양육자지정 및 양육비청구, 위자료청구 등을 하여 별개의 재판절차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협의이혼 후 마음이 변하여 마땅히 받아야 할 재산분할이나 양육비 등을 지급하지 않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합의 내용이 전부 이루어진 뒤에 협의이혼의사 확인을 받거나, 후일의 소송을 대비하여 합의서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두고 처음부터 재판상 이혼 혹은 조정절차로 들어가는 것이 분쟁을 1회에 해결하고 장래의 예상치 못한 문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유유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