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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이 부르면 어디든 공연 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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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기도문화의전당은 2003년부터 도립예술단원들이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는 ‘모세혈관 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도립극단이 지난달 초 연천군 전곡5일장에서 악극 ‘사랑장터’를 공연하는 모습.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17일 낮 12시쯤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고객안내센터 1층 로비. 바이올린·비올라·첼로 등을 든 5명의 연주자가 간이무대에 올랐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 단원들이다.

 “첫 곡은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1악장입니다. 모차르트가 여행하면서 느낀 이탈리아의 밝은 분위기를 음악으로 만든 겁니다.” 마이크를 잡은 박동용 경기필 기획실장의 설명이 끝나자 아름다운 현악 5중주가 흘러나왔다. 100여 명의 사람들로 객석은 이미 만원이다. 경기필은 1시간30분 동안 영국의 음악가 엘가가 부인을 위해 작곡한 ‘사랑의 인사’, 짝사랑을 많이 한 베토벤이 만든 연가 ‘그대를 사랑해’ 등 7곡을 연주했다.

 환경부감사담당관실 김귀영(39·여)씨는 “클래식 공연은 입장료가 비싼 데다 공연장이 아니면 좀처럼 들을 수 없는데 가까이에서 들으니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전체 면적이 1만184㎢로 서울특별시(605㎢)보다 17배나 넓다. 연천·양주 등 일부 지역은 영화관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화 사각지대다. 이에 문화의전당은 2003년 5월부터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과 계층에 문화 공연의 혜택을 주기 위한 방안으로 ‘찾아가는 문화활동’을 시작했다. ‘실핏줄이 몸속 곳곳에 산소를 나르 듯 도내 곳곳에 문화를 전한다’는 것이 모토다.

 학교, 사회복지시설, 전통시장, 지하철 역사, 교도소 등 관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경기필을 비롯해 도립극단, 무용단, 국악단, 팝스앙상블 등 도립예술단원들이 번갈아 나선다. 한국무용을 비롯해 국악, 사물놀이, 연극, 퓨전콘서트, 클래식 공연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신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맞춤식으로 공연한다. 당연히 무료다.

 올해 초에는 안산시 풍도 등 5개 섬과 연천·가평 등 농촌 오지를 찾아다니며 사물놀이, 부채춤, 연극을 선보였다. 이달 12일에는 의정부시 제일시장에서 도립무용단이 우아한 부채춤 공연을, 13일 이천 관고시장에서는 흥겨운 사물놀이를 했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에 화답하다 공연시간을 1시간 초과하기 일쑤다. 2월 중순의 안산시 풍도·육도 공연도 그랬다. 3~4시간을 배를 타고 도착한 무용단원들은 뱃멀미로 기진맥진한 상태로 공연을 시작했으나 주민들이 워낙 좋아해 단원들이 탈춤, 사물놀이까지 하느라 공연시간을 2시간이나 넘겼다.

 경기필 단원 김영희(36·콘트라베이스)씨는 “관객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공연을 하기 때문에 실수할까 봐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관객 수는 공연장보다 적을지 몰라도 현장 분위기는 최고”라고 했다.

 모세혈관 문화운동 예산은 2005년 10억원에서 올해 3억9000만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공연 횟수는 2007년 178회, 2008년 183회, 2009년 197회 등으로 늘고 있다. 공연을 보고 감동하는 관객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지난달까지 701회의 무대가 마련됐다. 누적 관객 수는 39만7080명에 이른다. 이미 올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조재현 문화의전당 이사장은 “모세혈관 공연의 무대가 마을회관이나 장터 등 공간의 제약이 있는 장소여서 20여 명 안팎의 출연진으로 소규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기동성과 유연성을 높였다”면서 “모든 도민이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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