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으로 술 먹고 스키·바다낚시까지 … 공동모금회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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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06, 2008년 서울지회장 이·취임식 때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여성 모델에게 사회를 맡기고 가수를 불러 축하공연을 했다. 여기에 373만원을 썼다. 4년 동안 33차례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셨는데 하룻밤에 110만원 이상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현장 확인도 않고 사망자에게 상품권을 지급한 일도 있다.

 국민의 따뜻한 성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도와주는 일을 맡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얘기다. 관리·운영에서 배분까지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보건복지부는 3주간 진행해 온 특별감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공동모금회는 1998년 설립 이후 올 10월까지 2조734억원을 모금했다.

 ◆비리 실태=경기지회는 2006년 5월~2010년 4월 33차례에 걸쳐 유흥주점에서 816만원을 썼다. 2006년 5월 19일 같은 날 같은 유흥주점에서 48만5000원과 20만원을, 다른 유흥주점에서 48만9000원을 썼다. 영화관이나 볼링장 비용도 법인카드로 처리했다. 모금회 전 조직이 124회에 걸쳐 2000여만원을 유흥주점 등에서 썼다.

 2006년 이후 182회의 워크숍을 가면서 스키장·래프팅·바다낚시 비용으로 2880만원을 지출했다. 최근 3년간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률(3%)에 비해 중앙회 사무총장은 7.9%, 직원들은 9% 올렸다.

 성금 모금액 7억5453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하는 등 배분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대구지회는 설·추석 상품권(2만원권, 총 5억여원)을 지급하면서 제대로 갔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5485명의 지급 내역이 없었고 사망자 4명에게 지급하는 일이 벌어졌다. 승합차 751대를 한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샀고 인천·경기지회는 중앙회보다 15% 비싼 시중가로 62대를 구입했다. 건당 배분 한도액(5억원)을 초과해 63개 사업에 908억원을 나눠줬고 배분금을 횡령한 사업 기관을 고발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사업수행 계획서를 따져보지 않고 돈을 줬다가 92건(19억원)의 사업이 중단됐다. 복지부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물어 박을종 사무총장 해임을, 48명은 징계를, 113명은 주의·경고 조치를 하도록 이사회에 요구했다. 공금 횡령 관련 직원 2명은 검찰에 고발했고 7억여원의 부당집행금 회수를 요구했다. 그러자 모금회 윤병철 회장과 박 사무총장, 이사 20명 전원은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모금회는 후임 이사진이 선임될 때까지 정성진 전 법무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6인의 비상대책위를 구성키로 했다.

 ◆어쩌다 이런 부실이=공동모금회는 98년 ‘정부 배제, 민간 자율’을 원칙으로 설립되면서 처음부터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다. 2~3년 주기의 복지부 정기감사가 고작이었다. 복지부는 2004, 2007년 정기감사, 2005년 특별감사를 했다. 지난해에는 감사원까지 나섰지만 성금이 줄줄 새나간 사실을 잡아내지 못했다. 복지부 김시관 감사관은 “감사하는 사람과 목적이 다르면 보이지 않는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특히 16개 지회가 문제다. 중앙회가 지회장과 사무처장 승인권을 갖고 있지만 거의 별개 조직처럼 움직인다. 사무처장은 임기가 없어 3개 지회는 창립 이후 12년 동안 그대로다. 직원 채용은 지회가 전권을 갖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돈을 만지니까 지역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감시의 눈은 없다”고 말했다.모금회는 정부와도 갈등을 빚어왔다. 2005년 모금액으로 회관(사옥)을 살 때 정부 승인액을 초과하는 돈을 기업 후원금으로 충당해 물의를 빚었다. 현 정부 들어 사무총장이 정부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 실태

▶33차례 유흥주점서 법인카드 사용

▶개인용도 화분 구입

▶지회장 이취임 때 MC 부르고 가수공연

▶워크숍 때 스키장· 바다낚시 비용 집행

▶사망자에게 설·추석 상품권 지급

▶계획서 제대로 검토 안 해 사업 92건 중단

▶공모 탈락한 지원자를 계약직 특채

▶면직 처리한 직원에 사과 받고 계속 근무

▶승합차 751대 수의계약, 62대 비싸게 구매  

자료=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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