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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값 많이 떨어진 버블세븐 지역 회복도 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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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주공 단지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최근 서울 광진구의 아파트를 팔았다는 40대 여성이 공인중개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이 중개업소의 이기자 공인중개사는 “서울 비강남권의 아파트를 팔고 재건축아파트를 사겠다는 수요가 이달 들어 부쩍 늘었다”며 “시세보다 싸게 나온 급매물은 다 팔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과 목동, 분당·용인·평촌 등 올해 낙폭이 컸던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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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권은 재건축이 들썩=강남권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수요가 몰린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값은 0.04% 올라 서울 매매값 변동률(0.01% 상승)을 뛰어넘었다. 강남권 재건축은 이달 들어 3주 연속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최원호 공인중개사는 “보통 주택 시장이 바닥을 찍고 오름세로 전환할 때 투자 수요가 많은 재건축아파트가 가장 먼저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거래가 늘어난 것도 재건축에 매수세가 붙는 원인이다.

서초구 잠원동 아산공인 황문규 사장은 “이달 초부터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 수요까지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재건축 매입 대상을 점찍어 둔 대기 수요가 최근 다른 지역의 주택이 팔리니까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남권 일반아파트는 아직 움직임이 적다. 강남구 역삼동 금잔디부동산 김래문 사장은 “입주한 지 5년 이내의 새 아파트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전세 대신 급매물에=전셋값이 오르자 급매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 목동 신시가지에서는 전세 물건이 귀해지고 전셋값이 오르자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 신시가지 10단지 아파트는 지난달 중순 이후 한 달간 10여 건이 거래됐다. 그전에는 한 달에 한두 건도 거래하기가 어려웠다는 게 이곳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거래가 늘자 호가(부르는 값)도 뛰고 있다. 이 아파트 72㎡형(이하 공급면적)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3억9000만~4억1000만원 정도의 급매물이 흔했다. 하지만 현재 이런 매물은 사라지고 4억2000만~4억5000만원으로 값이 올랐다. 신정동 나래공인 김성신 사장은 “집주인에게 전화를 할수록 호가만 높아질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평촌도 전셋값 상승에 따라 중소형 위주로 매매 거래가 늘고 있다. 평촌동 향촌 현대 5차 76㎡형의 경우 3억5000만원 미만의 급매물이 있었으나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고 4억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인근 초원 대림 105㎡형의 경우도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4억3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었으나 현재는 5억원을 호가한다. 평촌동 이젠공인 김귀숙 대표는 “오른 전셋값으로 재계약을 하기보다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재료는 ‘낙폭과대’=주택 수요자들이 버블세븐 지역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지역의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용인시 상현동 석사부동산 이호영 대표는 “상현동의 경우 2006년 고점의 60% 수준인 3.3㎡당 700만원 미만으로 떨어진 아파트도 많다”며 “이제는 더 이상 내리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는 수요층이 매물을 찾는다”고 말했다.

 분당도 최근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호가가 올랐지만 2006년 고점에는 훨씬 못 미친다. 서현동 해내밀공인 이호성 사장은 “시범단지 한양 165㎡형은 최근 매매가가 반등했지만 고점인 2006년보다는 4억원이나 빠졌다”며 “낙폭이 컸던 만큼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여기는 수요자들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매물이 팔린 뒤 추가로 상승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서울 잠원동 강철수 공인중개사는 “추가 상승 여부는 추격 매수세가 얼마나 강하게 붙을지 연말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선·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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