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기는 광저우] “금 따고 싶으면 ‘대한민국’ 현수막 찍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광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이 묵고 있는 숙소동에 태극기와 ‘대한민국’ 글자를 크게 내려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광저우=온누리 기자]

#1. 아시안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중국 광저우 판위의 선수촌. 한국 선수단이 묵고 있는 19동에는 현수막 2개가 걸려 있다. ‘Go team Korea, Be the best’와 ‘대한민국’이다. 이 중 ‘대한민국’ 현수막은 선수단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사격 남자 25m 스탠더드 권총 단체전 금메달을 딴 장대규(34·서산시청)는 “한때 사격팀에는 ‘대한민국’을 찍어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저장하면 금메달을 딴다는 속설이 돌았다. 3관왕에 오른 이대명(22·한국체대)이 시작을 했고, 이후 대부분의 금메달리스트가 그 뒤를 따랐다”고 전했다.

 #2. 선수촌 내 식당에는 특별한 한국인이 있다. 김홍식 조리장이다. 그는 대회 기간 한국 선수단의 입맛을 돋워 경기력에 일조한다. 향이 강한 중국 양념 대신 한국식 양념을 따로 만들고, 풀풀 날리는 광저우식 쌀밥 대신 윤기가 흐르는 차진 밥을 짓는다. 김홍식 조리장은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야구 대표팀은 우승을 했다.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25·AS모나코)도 매일 저녁 식당을 찾는다. 보람을 느낀다”며 “박태환의 경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에는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 햄버거를 즐긴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박태환은 기자회견에서 “대회 기간 몸을 만들기 위해 패스트푸드를 일절 먹지 않았다. 대회 후 햄버거가 정말 먹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은 각국 선수단이 모여 우정을 나누는 선수촌 내 식당. [광저우=온누리 기자]

 #3. 이번 대회 선수촌의 명물은 골프 카트다. 선수촌이 워낙 넓은 까닭에 걸어서 한 바퀴를 도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선수촌 내 셔틀버스가 있지만 배차 간격이 워낙 넓어 타고 다니기 쉽지 않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수십 대의 골프 카트를 대기시켜 선수들을 배려한다. 지나가는 카트를 잡아 타고 목적지를 말하면 10분 내에 어디든 도착할 수 있다. 21일(한국시간) 선수촌 내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배연주(20·한국인삼공사) 등 배드민턴 대표 선수들은 “골프 카트 타고 들어가면 되겠다”며 카트를 찾았다.

 치열한 경쟁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선수촌은 우정과 애정이 피어나는, ‘낙(樂)’이 있는 곳이다. 카바디 대표팀 이재호는 “박태환은 내 앞방에 산다. 사진도 함께 찍었다”며 자랑(?)을 한 뒤 “배드민턴 대표팀의 이효정 선수가 정말 착하다”고 했다. 카바디 팀 김기동은 “박주영도 참 착하고 재미있다. 유명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고, 함께할 수 있어 즐겁다”고 거들었다. 선수촌 44동의 레크리에이션 센터에는 PC방과 오락실이 있다. 이곳에서 선수단은 자신의 기사를 검색해 보기도 하고, 각종 오락을 하며 스트레스도 푼다.

  북한 선수단은 42동에 머문다. 인공기가 걸려 있는 42동에는 북한 대표팀 임원이 발코니에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국 취재진을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든 그는 “선수촌 생활 좋습네다. 음식도 일 없습네다”라며 말을 건넸다.

 20일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승리한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을 위해 선수촌을 빠져나가며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났다. 일본은 강팀이지만 무조건 승리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광저우=온누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