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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홍정욱 의원이 ‘금귀월래’하는 까닭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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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호 31면

김성식(52) 의원과 홍정욱(40) 의원.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는 한나라당 초선 의원 가운데 괜찮은 정치인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원은 2008~2010년 경실련이 선정한 국정감사 우수 의원에 3년 연속 선정됐다. 올해는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이 뽑은 국감스타 1위에 뽑혔다. 국감 첫날엔 국가재정과 고용 문제를 다룬 550쪽짜리 정책연구집 두 권을 내놨다. 올 초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책을 받아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자료”라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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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의원은 중3 때 홀로 미국에 건너가 하버드대 최우수 졸업생과 스탠퍼드대 박사가 되면서 성공 스토리를 썼다. 그가 쓴 『7막7장』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스테디셀러다. 올해 본사 신입기자 지망생들이 꼽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에도 이 책이 적잖이 거론됐다. 지난 9월 외교통상부 특채 파동 때는 외교부 고위직 자녀들의 특채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는 한편 외교아카데미 개선 방안 같은 대안도 내놓았다.

두 의원은 소신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김 의원은 “경제위기 극복이 아무리 중요해도 재정건전성이 위협받아선 안 된다”며 지난 2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는 뚝심을 발휘했다. 홍 의원도 1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점 하나 건드리지 않겠다더니 지금 와서 재협상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정부가 통감해야 하는 과오”라며 “이제 한·미 FTA를 깰 수도 있다는 각오로 반대급부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으로선 상당한 수위의 발언이다.

둘은 의정 활동 모범생으로 인정받지만 요즘 들어 여의도가 아닌 지역구에 머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지역구를 가진 의원이라면 ‘금귀월래(金歸月來:금요일 오후 지역에 내려가 월요일 아침에 여의도행)’가 일상화돼 있겠지만 이들의 사정은 또 다르다. 김 의원(서울 관악갑)과 홍 의원(서울 노원병)의 지역구는 전통적인 야당 텃밭이다. 이들은 2008년 총선 때 타고난 성실성과 지역밀착형 공약을 앞세워 열세 예상을 뒤엎고 당선됐다. 하지만 야당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두 번 연속 살아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2012년 총선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여야 간에 피 말리는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비단 이들만이 아니다. 수도권의 많은 초선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자기 지역 챙기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성실한 의정활동도 좋고 정책대안 제시도 중요하지만 다음 총선에서 낙선하면 모든 게 끝장나 버리는 게 한국 정치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역구에 올인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아직도 여의도엔 영·호남이란 절대적 지지기반에 안주해 무슨 활동을 하는지 존재감조차 희미한 여야 의원들이 적잖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률이 한 자리 숫자인 의원도, 의원 입법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의원도 상당수다. 언론플레이만 일삼는 여당 지도부나 손에 잡히는 정책 개발은 뒷전인 채 오로지 투쟁만 외치는 야당 지도부도 구태를 반복하긴 마찬가지다. ‘정치 기득권층’인 이들이 의정활동과 지역구 챙기기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는 여야 초선 의원들의 고민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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