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만 매달렸는데 … 뒤통수 맞은 기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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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을 치른 서울 안국동 덕성여고 3학년 학생들이 19일 오전 교실에 모여 가채점을 하고 있다. 2011학년도 수능은 지난해보다 점수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성식 기자]


“언어 어려웠지?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

 “난 망쳤어. 재수해야 할까봐.”

 19일 오전 8시30분 서울 종로구 배화여고 3학년 교실. 전날 수능을 치른 학생들이 답을 맞춰보고 있었다. 먼저 가채점을 마친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등급컷이나 지원 전략을 주제로 대화가 한창이었다. 힘든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에 교실 안은 시끌벅적했지만 수험생들의 표정은 썩 밝지만은 않았다. 수능이 어려워 성적이 예상 외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 사이에선 ‘EBS 수능 연계’를 두고 원성이 쏟아졌다. EBS 강의에 집중했던 것이 수능에 별 도움이 안 됐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채민(18)양은 “언어에서 EBS에서 본듯한 낯익은 지문들이 있었을 뿐 수리 등 다른 과목에선 EBS 연계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 강남구의 중산고 3년인 이정주(18)군은 “‘수리 가’ 영역의 EBS 연계율은 0%라고 느껴질 정도였다”며 “EBS를 보는 것보다 차라리 기출문제를 더 열심히 풀어보는 게 나을 뻔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학교의 김모(18)군은 “정부 말대로 EBS와 많이 연계되면 다소 쉬울 줄 알았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상위권 학생은 “수능 난이도가 높아져 오히려 변별력이 생겨 유리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EBS 연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산고 조성세 교사는 “모든 수험생이 똑같은 문제집을 보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휘문고 심동원 교사는 “학생들이 EBS에서 70% 연계된다는 말만 믿고 교재 풀기에만 매달려 응용사고력을 키울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의고사보다 수능 점수가 크게 떨어진 탓에 일선 학교에선 벌써부터 진학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휘문고 진학진로팀장인 우창영 교사는 “상위권 학생들은 진학지도가 수월하지만 중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점수 편차가 심해 진학지도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BS 연계를 둘러싼 불만과 관련, 수능 출제위원장인 안태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이번 수능이 학생들 입장에서 볼 때는 ‘EBS 교재와의 연계율이 높아졌으니 쉬울 것’이라는 기대 에는 못 미쳤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의도적으로 문항을 꼬아서 어렵게 낸 것은 아니지만 연계율을 높이다 보니 너무 쉬워져 ‘물 수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제부턴 입시전략 잘 짜야’=대학교육협의회와 입시업체들이 각기 주관하는 대학입시설명회가 20일부터 연이어 열린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수리 나에서 미분·적분이 추가되는 등 변화가 있어 가급적 재수보다는 남은 수시모집이나 정시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균관대·중앙대 등 주요 대학의 수시2차 논술고사도 20일 시작된다. 수시모집에서는 내신과 논술 등의 반영 비율이 높아 수능 성적이 낮아도 만회가 가능하다. 22일부터 치러지는 고교 기말고사도 내신 성적에 반영된다. 또 정시모집 비교과영역에는 출결점수·봉사활동 등이 비중 있게 평가된다. 메가스터디 손은진 전무는 “무단 결석이 5일 이상이면 많은 대학이 불이익을 주므로 수능 이후라도 학교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유미·김민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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