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부 투기억제 정책 올가이드] 세금·거래규제·부담금 '3중 올가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정부의 부동산 옥죄기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달에 나온 대책의 골자는 해당 지역에 살지 않으면 사기도 어렵게 하고, 팔 때도 세금을 많이 물리겠다는 것이다. 대책 발표에 따른 시장 파장, 달라진 투자 전략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투자 환경이 나빠졌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산 땅을 팔 때도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을 수 있다. 주택도 비 거주용에 대해선 양도세를 더 물리기로 해 투자 메리트가 줄게 됐다. 이 영향으로 일부 토지.주택시장은 벌써 외지인 발길이 끊기면서 값 오름세도 꺾이고 있다.

◆살아야 세금 덜 낸다=정부는 내년부터 주택투기지역 밖의 1가구 2채 보유자가 살지 않은 집을 팔 때는 실거래가, 살던 집은 기준시가(시가의 70~80%)로 양도세를 매길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시가 6억원 이하 주택을 1년 이상 보유하면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기준시가로 매겼지만 앞으로는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다. 재경부 이종규 세제실장은 "비거주 주택이 일정금액 이하의 소형일 경우 기준시가를 적용할 것인지는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 기준시가 적용과 관련된 거주 기간, 지역 범위 등 세부 사항은 9월 중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강화 소식에 투기지역(실거래로 양도세 부과)이 아니어서 그동안 투자 수요가 많았던 서울 강북권 재개발.뉴타운 일대엔 갑자기 찬바람이 분다. 서대문구 한 중개업자는 "일부 재개발 구역에선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찾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내년부터 외지인이 토지투기지역 밖에 있는 농지.임야.나대지를 팔 때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내도록 한 부분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한 중개업자는 "세금 부담을 피해 연내에 농지를 처분하려는 외지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었다"며 "정부가 내년 도시민의 농지 소유 제한을 완화하더라도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부동산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할 방침이어서 단기 시세차익을 올리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부동산 보유자가 부담하는 실질 세율(보유세 실효세율)도 2017년 선진국 수준인 1%까지 올릴 계획이어서 묻어두기식 투자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김종필 세무사는 "정부의 구상대로 세제가 개편되면 세금이 무서워 투자를 못 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지인 허가구역 땅 넘보지 마= 현지 거주자가 아닌 외지인은 웬만한 호재가 있는 지역의 땅을 못 사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전 국토의 15% 정도인 토지거래 허가구역 비율이 20%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허가구역 확대 방침에 토지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간과 토지연구소 원구연 소장은 "경기도 광명.하남 등 일대 그린벨트 임야 투자자들의 절반 이상이 서울 등 인접 지역 투자자인 점을 감안하면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의 한 중개업자는 "투기지역 지정 후에도 개발 재료가 많아 외지 투자 수요가 많았는데 허가 구역으로 묶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건축.재개발 좋은 시절 다 갔나=정부가 2007년부터 개발이익 환수 목적으로 도입키로 한 기반시설 부담금제는 재건축.재개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강남지역 K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 시행(19일)을 앞두고 움츠러든 재건축 시장에 악재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중개업자도 "분담금제는 그동안 재건축의 대안으로 떠오른 재개발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전했다. 업체 관계자는 "규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사업추진을 서두르는 단지들이 많을 것 같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나오면 시장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