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대부고 수능시험 도중 '정전' 학생들 반발

중앙일보

입력

지난 18일 단대부고에서 수능시험 치르던 도중 정전사태가 일어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외국어영역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인 1시 5분경. 시험관이 시험지를 배부할 무렵 '두두두... 쾅'하는 소리와 함께 학교 전체가 정전됐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일어났지만 금세 다시 불이 켜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정전이 된 상황에서도 아무런 조치없이 시험이 그대로 진행된 것이다. 타종이 울린 후 듣기평가가 시작됐고 학생들은 당황스러워하며 어둠 속에서 시험을 치르기 시작했다.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20분 뒤 듣기평가가 끝난 뒤 독해문제를 풀어야하는 상황에서도 불이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결국 1시 5분쯤 시작된 정전은 시험시간이 불과 15분 밖에 남지 않은 2시 5분이 다 돼서야 원상복구 됐고 학생들은 그렇게 시험을 끝내야만 했다.

단대부고에서 시험을 치른 함모군(18)은 "그나마 나는 창문쪽이라 다행이었다. 하지만 복도 측에 앉은 학생들은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시험을 치뤘다"고 말하며 "다들 어떻게든 시험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일부 학생들은 망연자실한 듯 그냥 책상에 엎어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인터넷 수험생사이트를 통해 알려졌다. 단대부고에서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며 하나둘씩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은 "갑작스런 정전에 당황스러워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며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어 지문을 읽으려 하니 가독력이 저하됐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평소 외국어영역 점수보다 20점 가량 떨어졌다"고 말하며 "예상치 못한 점수에 당황스럽다"며 절망스러워 했다. 한 학생은 "평소 꾸준히 1등급을 기록했는데 수능시험에서 4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이에 대한 학교 측의 '무대처'에 있다. 한 학생은 "정전 당시 시험을 치르던 모든 학생들이 폭발음과 같은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예사 정전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고 말하며 "하지만 이같은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관은 물론 학교 측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시험을 진행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시험이 끝난 후에도 이에 대한 상황설명이나 후속 조치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분통해 했다.

이에 단대부고 측은 "정전사고가 난 것은 맞지만 낮 시간대라 문제가 없었다. 자연 채광 속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잘 치뤄졌다"고 말했고,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자세한 사고 경위를 알아보는 중이다"고 대답했다.

한편, 석관고에서는 언어영역 듣기평가에서 문제의 순서가 뒤바뀌어 나오는 방송사고가 일어나 시험이 끝난 후 듣기평가를 다시 치르기도 했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 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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