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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길라드·메르켈 두 여자 정상 패션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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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영부인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우아함·여성스러움이다. 그렇다면 여성 지도자는?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한 두 명의 여자 정상이 그 답을 제시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 주인공. 둘은 절도와 개성이 조합된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바지 정장을 입으면서도 색깔과 무늬로 포인트를 주는 전략을 내세웠다. 슈트 일색인 남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바지 정장 입고도 튀는 스타일

둘 다 색깔로 튀었다. 길라드 총리의 비밀 병기는 블랙의 대비였다. 첫날엔 흰 재킷에 검정 바지를 입더니 다음 날엔 검정 바탕에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재킷을 입었다. 다른 어떤 색보다 대비 효과가 확실해 평범한 얼굴인데도 이목을 끌었다. 여성 정치인의 짙은 색 바지정장이 익숙한 사람들에겐 파격. 하지만 재킷이나 바지 자체는 평범한 실루엣이라 ‘선을 넘었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초록색을 내세웠다. 검정 바지정장 안에 살짝 보이는 톱으로 입거나, 아예 초록색 재킷으로 대담한 연출을 했다. 색 자체도 남달랐지만 워낙 선명한 초록이라 수십 명이 모인 단체사진에서도 단연코 시선을 잡았다. 이런 메르겔 총리의 컬러 선택은 상징적인 의미도 충분했다. 융합을 뜻하는 초록은 이해와 소통을 내세운 이번 행사의 의미를 더욱 살려줬기 때문. 독일 하면 떠오르는 ‘통일’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는 색깔이었다.

액세서리로만 여성성 표현

‘여성성을 내세우지 말 것’. 두 여자 정상의 공통적인 스타일링 포인트다. 재킷의 칼라조차 남자 슈트처럼 각진 형태로, 머리도 짧고 단정하게 정리했다. 이는 전문가들도 바람직한 여성 정상 스타일로 내세운 점이다. 국가를 대표하고 예민한 문제를 협상해야 하는 자리에서 여성임을 내세우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것. 머리를 길게 풀고 스커트 정장을 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팀장은 “성적인 구분보다 국가의 이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면서 “액세서리 정도에서만 개성을 표현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넥타이로 대부분을 말해야 하는 남자 정상들과 달리 구두나 목걸이 등으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길라드 총리는 진주 목걸이를, 메르겔 총리는 간단한 은 목걸이를 거는 것으로 정답에 가까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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