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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가입 진퇴양난 … 간 총리, 다시 시험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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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속한 타결을 제안함에 따라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정권이 시험대에 섰다.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14일 요코하마(橫濱)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폐막 후 열린 TPP참가국 정상회의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간 총리는 “일본은 참가 여부를 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분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보도했다.

 그러자 한 정상은 “뒤늦게 참가의사를 밝혀온 일본과 캐나다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과제다. (두 나라는) 빨리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해달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TPP를 내년 11월 APEC 하와이 정상회의 때까지 타결하고 싶다”고 구체적인 타결시한을 제시했다. 나머지 8개국 정상도 이에 동의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한·중 견제 위해 TPP 필수=일 정부는 내년 3월까지 ‘비관세장벽에 관한 기본방침’, 6월 ‘농업개혁 기본방침’을 마련하는 대로 TPP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발언력을 키워가는 중국, 적극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전략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한국 등을 감안할 때 일본은 반드시 TPP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과의 영토분쟁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인상을 주면서 간 내각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도 일본이 TPP 참여를 서두르는 요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참여함으로써 오키나와(沖繩) 공군기지 이전 문제 등으로 소원해진 미·일 관계를 과거 동맹관계로 복구시키고,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복안도 있다. 게이단렌(經團連)을 비롯한 경제계 단체들도 강력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농축어업 분야 반발이 변수=농어촌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지역별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농민단체들의 TPP참여 반대 시위도 끊이지 않는다. 일본도 미국산 쇠고기가 큰 이슈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4일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 외상과 만나 현재 20개월 이하로 제한돼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을 “국제기준에 맞게 재검토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2005년 6월 뉴질랜드·칠레·브루나이·싱가포르 간에 체결된 아시아·태평양지역 무역협정. 아태지역 내 무역협정의 대표 모델로 수립된 이 협정은 2015년까지 회원국 간 관세와 비관세 장벽 철폐를 목표로 한다. 농축산업은 물론 노동자의 이동과 투자자유화·환경·식품안전 등 모든 분야가 대상이다. 일본은 옵서버 지위로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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