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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광저우] 광저우 ‘황당 야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웃지 못할 촌극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14일 홍콩과의 예선 B조 경기에서 3회까지 3-0으로 ‘어렵게’ 리드했다. 15-0, 6회 콜드게임으로 이기긴 했지만 초반엔 홍콩 투수들의 느린 공에 고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펑펑 때려내는 추신수(클리블랜드)는 2회 삼진까지 당했다. 시속 125㎞ 느린 공이 들어오기 전에 방망이가 먼저 돌아갔다. 다른 선수들도 좀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홍콩 선수들은 콜드게임패를 하고도 기뻐했다. 팡카워 홍콩 감독은 “훌륭한 선수들과 경기를 해서 행복하다. 메이저리거 추신수, 일본에서 뛰는 김태균(지바 롯데), 한국 최고 타자 이대호(롯데) 등을 잘 안다”고 말했다. 홍콩 선수단은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대학생들로 구성됐다. 투수 코치도 없어 투수들끼리 머리를 맞댄다.

 그나마 홍콩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파키스탄은 13일 홍콩전에서 아무 생각 없이 동료끼리 유니폼을 서로 바꿔 입고 출전했다. 등록된 등번호와 이름이 달라 심판진의 제재를 받았다. 유니폼 하의를 무릎까지 올려 반바지 차림으로 타석에 들어선 선수도 있었다.

 A조 몽골은 대회 참가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엔트리(24명)의 절반인 12명만으로 팀을 구성해 울란바토르에서 베이징까지 비행기로, 베이징에서 광저우까지 기차로 총 24시간 넘게 이동해 개막 전날 도착했다. 그나마 첫 경기에서 주축 타자가 파울 타구에 맞아 지금은 11명밖에 뛰지 못한다.

 몽골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위해 나무 방망이를 달랑 한 자루만 들고 왔다. 그들끼리는 부러지기 쉬운 나무 대신 알루미늄 배트를 쓰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허구연 아시아야구연맹 기술위원장은 한국 대표팀에서 방망이 세 자루를 얻어 몽골 팀에 지원했다. 한국·일본·대만에서는 야구가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나머지 나라에선 찬밥 신세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가국 45개 중에서 야구 출전국은 8개에 그쳤고, 그나마 수준차가 확연하다.

 허구연 위원장은 “이란·필리핀·스리랑카 등은 홍콩·파키스탄 정도 수준은 된다. 그러나 야구 인프라가 너무 부족해 기량이 늘지 않고, 광저우까지 올 항공료가 없어 출전을 포기한 것이다. 아시아야구연맹 회장국인 우리가 그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광저우=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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