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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하게 활동하는 어머니 자율방범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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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우리 마을 지키기에 나선 주부들이 있다. 어머니자율방범대 대원들이다. 활동시간은 주로 인적이 드문 평일 밤 9시부터 11시까지. 밤길이 무서울 법하지만 내 아이와 이웃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동네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보람이 앞선다고 한다. 평범한 주부에서 동네 지킴이로 나선 어머니자율방범대 대원들을 만났다.

엄마의 마음으로 동네 순찰

수정구 어머니자율방범연합회 대원들은 매일 오후 8시면 연합회 사무실로 출근한다. 간단히 청소를 하고 15개 동에서 현황보고를 받으면 오후 9시30분 경. 그때부터 자동차로 동네를 한 바퀴 순찰한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임무가 끝난다. 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김순례 회장(51수정구 단대동)은 2000년부터 수정구 부녀 방범대 활동을 시작했다. 8년 전부터는 연합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내 자녀는 내가 지킨다’는 생각에 선뜻 참여했지만 평범한 주부에게 어두운 밤 학교운동장, 청소년공부방, 공원, 외진 골목길을 다녀야 하는 것은 부담이었다.

4~5명 씩 함께 걸어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술에 취한 아저씨들은 비웃으며 지나갔고, 선도 대상 학생들은 곧잘 ‘아줌마’라며 말을 듣지 않기도 했다. 길가에 쌓아놓은 쓰레기더미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에 모두 달아나기도 했다. 그는 “야간 방범순찰에 익숙해지는 데는 2년 정도 걸렸다”며 “초기에는 주민들이 어머니자율방범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벌어지는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범대원들은 선뜻 말을 걸기 힘들었던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내기 시작했다. 꾸준하게 인사를 하자 학생들도 변했다. 지금은 방범대의 유도봉 불빛을 보면 학생들이 먼저 와서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구경만 하던 주민들도 “고맙다”는 말들을 한다. 음료, 간식거리를 사주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현재 수정구 어머니자율방범대엔 37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각 동 별로 5개 조로 나뉘어 한 대원이 일주일에 한 번 순찰에 나선다. 대원 나이는 30대부터 60대까지. 추석, 1월1일, 설날 등 특별한 날은 낮 시간에도 근무한다.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11월 1일부터 12일까지 낮 시간에도 순찰을 했다. 야간 순찰, 청소년 선도 외에 8년 째 지역 독거노인을 모시고 효도관광 등 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올 10월에는 수정구 어머니자율방범대에 뜻 깊은 일이 있었다. 김 회장이 성남시민의 날 행사에서 모범시민상을 받은 것. 그는 “캠페인을 하면 90%가 참석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 대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주민불편 해소도 그들의 임무

분당구는 자율방범대(11개)보다 어머니자율 방범대(15개)의 활동이 더 활발하다. 야간방범 외 초등학교 등하굣길 교통지도 등의 활동에 어머니들이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주부는 300여 명. 이매1동 어머니자율방범대도 가입을 위해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할 만큼 참여율이 높다.

이매1동 어머니자율방범대는 2004년 21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36명이 활동하고 있다. 시작은 단독주택단지인 자연마을의 치안을 직접 지키기 위해서였다. 주요 임무는 우범지역 야간방범순찰. 이매1동은 학원 밀집지역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밤길을 만드느라 힘을 쏟았다. 그 뿐이 아니다. 동네에 붙어 있는 불법광고물을 떼고, 한 달에 한 번씩 화단을 가꾸는 등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 했다.

2004년 10월에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돌마고등학교와 송림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애플데이, 화해의 날’ 캠페인을 열었다. 당시 이사를 온 두 학교 학생들이 서로를 알고 사이 좋게 지내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과, 학용품, 거울, 호루라기 등을 넣은 꾸러미를 선물한 행사다. 김영란(58이매1동) 대장은 “평범한 주부인 우리가 지역 사회를 위한 캠페인을 했다는 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후 인근 학교나 자치단체의 요청으로 졸업식, 수능, 민방위훈련 때 교통정리를 맡아 하기도 한다. 어머니자율방범대 대원들은 모두 휴대전화 단축번호 12번에 112번을 입력해 놓고 있다. 순찰을 할 때 망가진 가로등, 장기간 주차된 자동차 등 신고할 일이 있을 때마다 12번을 누른다. 경찰서, 주민센터와 등과 협조해 주민생활을 편하게 하는 일은 모두가 자신들의 임무라고 생각해서다.

자연마을에 CCTV를 설치할 때 설치장소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 대장은 “할머니가 순경이라며 손주가 자랑스러워한다”며 “6년 간 활동을 하면서 자부심과 긍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일 2시간 씩 걸으니 공짜로 운동까지 하게돼 더욱 좋다”며 웃었다. 중원구는 2000년 4월 어머니자율방범대가 결성된 이래 현재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용인시 수지구는 3개 동에 구성돼 있다. 어머니자율방범대 가입은 각 동별 초소에서 하면된다. 활동에 앞서 경찰서 신분 확인을 거치기도 한다. ▶문의= 수정구 031-750-4343, 분당구 031-786-5346, 중원구 031-733-0012, 용인시 서부 031-8021-8347

[사진설명]김순례 수정구 어머니자율방범연합회 회장이 신흥동 골목길을 순찰하고 있다. 평소 밤에만 활동하지만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1일부터 낮시간에도 동네 순찰에 나서고 있다.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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