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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협론 왜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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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은 아시아 평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몇 주 전 실은 칼럼이다.

이 잡지의 주장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최근 베이징(北京)을 휩쓸고 간 반일시위 이후 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당시 중국인들은 일본이 1930~40년대 아시아 주변국들에 저지른 잔학행위를 반성하지 않는다며 격렬한 시위를 했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이 했던 것만큼 철저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의 반성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동아시아의 항구적 평화를 가로막는 여러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이는 바로 '중국'이다. 과거 거대한 중화제국을 건설했던 중국이 현재 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을 위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가. 대답은 '아직 노(No)'다. 오히려 우려할 만한 여러 징후가 보인다.

중국의 국방비는 매년 두 자릿수로 늘고 있다. 지난 3월 말 대만 독립 저지를 위해 중국이 제정한 '반국가분열법'도 지역평화와는 관계가 멀다. 일본과 필리핀 주위 섬들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도 우려할 만하다. 중국의 잠수함들은 일본의 탐지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일본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는 주기적으로 격한 시위를 하면서 중화민족주의를 노출시킨다. 99년 중국 시위대가 3일 동안 주중 미국대사관 앞에서 벌였던 격렬한 시위를 생각해 보라. 미군 폭격기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세르비아 공격에 참여해 공습하던 중 베오그라드에 있던 중국대사관을 오폭한 직후였다.

떠오르는 거인 중국은 제1차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악몽의 역사를 일깨우고 있다. 당시 두 신흥 강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국가는 폭력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국가를 힘으로 몰아붙이고 국내 민족주의의 희생양이 되도록 한다. 일본은 경제적 힘을 축적하고 곧바로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전쟁에 졌지만 독일은 39년 또다시 유럽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침략전쟁을 감행했다.

신흥 강대국은 지역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세월이 변해도 진리다. 그들은 자기 고집을 굽히지 않고 초강대국 대열에 합류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큰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 같은 전철을 밟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과거와 달리 현재 세계에는 핵무기와 같은 가공할 만한 살상무기가 여러 나라에 있기 때문이다. 핵 억지력은 인류의 희망을 유지시켜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민족주의에 휩싸인 국가들이 반드시 이성적 행동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것이 바로 중국 위협론이 나오는 근거다.

중국에선 민족주의가 전 사회를 뒤덮고 있다. 중국은 외세에 핍박받은 역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자존심이 구겨져 있다. 이런 감정은 가끔 20세기 독일이나 일본처럼 비뚤어진 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언제 당신을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동아시아에서 힘의 경쟁이 계속된다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모두 패자가 될 것이다. 최악의 결과를 피하려면 막강한 힘을 가진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이를 적극 도와야 한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 일본은 서로 협력해야 할 두 가지 이유를 갖고 있다. 하나는 상호무역으로 인한 엄청난 이득을 서로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핵무기다. 특히 중국에 이 문제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대만 독립보다 훨씬 시급한 일이다.

요제프 요페 독일 디 차이트 발행인

정리=최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