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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 변한 류현진 “대만에 지는 건 치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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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왼손투수 류현진(23·한화·사진)의 어깨에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운명이 걸렸다.

 류현진은 13일 오후 7시(한국시간) 광저우 아오티 야구장에서 열리는 대만과의 예선리그 B조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할 것이 유력하다. 김광현(22·SK)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야구 대표팀은 오직 류현진만 바라본다. 꼭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팀 전체의 중압감을 스물세 살 청년이 혼자 떠안고 있다.

 그래도 류현진은 생글생글 웃는다.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이룬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지는 건 치욕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대만전은 이번 대회 야구 대표팀의 메달 색깔을 좌우할 만한 빅매치다. 대만은 일본과 미국프로야구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가 12명이나 포함돼 있어 만만치 않은 상대로 평가된다. 한국은 대만과의 첫 경기를 이겨야만 B조 1위를 차지해 준결승전에서 A조 1위로 예상되는 일본을 피할 수 있다.

 ◆“현진아, 미안하다”=조범현(KIA) 대표팀 감독은 “(류)현진이가 대만전에서 잘 던져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미안해하는 눈치다. 올림픽 금메달 후 야구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고, 2년 연속 600만 명 가까운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을 만큼 인기도 뜨겁다. 이런 분위기는 고스란히 대표팀에 부담감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추신수(28·클리블랜드)를 비롯한 대표팀의 군 미필자 11명은 병역 면제가 주어지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절박하다. 추신수의 경우 구단과 연봉 1000만 달러(약 112억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계약을 앞두고 군 문제 때문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대표팀 타자 이대호(28·롯데)는 “성격 좋은 현진이가 티를 내지 않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힘들겠나. 나도 그렇고 모두가 현진이만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류현진뿐=류현진의 컨디션은 사실 썩 좋지 못하다. 국내에서 치른 두 차례 평가전에서 직구 최고 시속이 140㎞를 넘기 어려웠을 만큼 부진했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두 달 이상 실전 피칭을 하지 않아 투구 감각이 떨어진 탓이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고민에 빠졌지만 결국 류현진을 믿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다행히 류현진은 광저우 도착 뒤에는 컨디션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줘 코칭스태프를 안심시켰다.

 류현진은 올해 최하위팀 한화의 에이스로서 25경기에 등판해 23경기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불펜과 타선의 도움 없이 팀을 혼자 꾸려간다고 해서 ‘소년가장’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대표팀은 올 정규시즌 타격 7관왕 이대호와 메이저리그에서 타율 3할-22홈런-22도루를 기록한 추신수, 그리고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태균(28·지바 롯데)까지 합류해 막강 타선을 완성했다. 그러나 마운드가 버텨내지 못하면 금메달을 장담하기 어렵다. 너나 할 것 없이 류현진의 왼쪽 어깨만 쳐다보는 이유다.

광저우=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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