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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일자리 미스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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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틴틴 여러분, 주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본 적이 있지요. 또 신문이나 방송에서 중소기업 사장이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큰 문제”라며 걱정하는 것도 한번쯤 봤을 겁니다. 누구나 다 원하는 직장에서 일하고, 기업도 원하는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현실에서는 ‘일자리 짝짓기’가 쉽지 않답니다. 이런 상황을 ‘일자리 미스매치’라고 합니다. 빈 일자리가 있는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이런 일은 왜 생길까요?

염태정 기자

미스매치(mismatch)는 ‘사람이나 사물 간의 부조화, 어울리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일자리 측면에서 본다면 일자리를 찾는 사람(구직자)과 직원을 구하려는 기업 간의 불일치라고 볼 수 있죠.

 일자리 미스매치는 고용시장 전체에 걸친 것이지만 특히 청년실업이나 중소기업 인력난과 관련이 있어요.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9월 고용 동향을 보면 전체 실업률은 3.4%인데 청년(15~29세) 실업률은 그 두 배 수준인 7.2%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이 몰려있는 공단 곳곳에 ‘사람 구함·숙식제공’이란 안내문이 늘 붙어 있을 정도로 중소기업들은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미스매치가 생기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합니다.

 첫째, 구직자와 기업 간에 눈높이가 서로 다르거나 둘째, 구직자가 기업이 원하는 기술·능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셋째, 좋은 일자리가 있는 것 자체를 구직자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각각 보상의 미스매치, 숙련의 미스매치, 정보의 미스매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상의 미스매치

일자리 짝짓기가 안 되는 큰 이유는 구직자와 기업 간에 노동의 대가인 ‘보상’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급여에서요. 구직자는 한 달 월급으로 500만원을 받고 싶어하는데, 정작 기업에서는 200만원밖에 줄 수 없다면 일자리 짝짓기가 이뤄질 수 없겠죠. 월급 외에도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복리후생, 작업여건, 소속원으로서의 자부심 등도 크게 보면 일에 대한 보상인데, 보상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일자리 짝짓기가 어렵지요. 보상의 미스매치로 특히 중소기업이 사람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죠. 실제 조사를 한번 볼까요. 대한상공회의소라는 경제단체에서 최근 대학생 300명과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미스매치 실태조사’란 것을 했어요. 여기에 보면 대학생의 절반가량(44.3%)은 신입사원 연봉으로 2500만~3000만원을, 20%는 ‘3000만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61%는 연봉으로 ‘2000만~2500만원’, 13%는 ‘1500만~2000만원’을 생각하고 있어요. 대학생의 64%는 ‘적어도 연봉 2500만원’을 생각하는데, 중소기업의 74%는 ‘많아야 2500만원’이니 보상에서 서로 인식 차이가 큰 것이지요. 복리후생 수준도 차이가 있어요. 이런 이유로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 취직하려 하지 않거나, 들어간 지 오래지 않아 그만두고 보다 보상이 많은 직장을 찾아가는 일이 생긴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사람 구하기도 힘들지만 어렵게 뽑았는데 금방 그만두면 여러 가지 면에서 손해가 많지요.

#숙련의 미스매치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 틴틴 여러분도 알고 있지요. 1980년 27%에 불과했던 대학진학률은 지난해 82%에 달했어요. 고등학교 졸업생 대부분이 대학에 간다는 거죠. 특성화 고등학교(실업계) 학생의 진학률도 70% 수준이고요. 고학력 인력이 많아진 것이죠. 하지만 학력이 높다고 모두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죠. 일하고 싶어도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기술을 갖추지 못해 취직을 못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몇 년 전 전국경제인연합회라는 대기업 단체에서 ‘기업에서 본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과제’라는 조사를 했는데, 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지식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대졸자의 수준은 64%였어요. 중소기업도 회사가 원하는 숙련도와 구직자의 숙련도 사이에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구직자가 중소기업의 일에 얼마나 잘 맞는지 ‘직무 부합도’를 물었는데 대졸 인문계는 5.7%, 대졸 이공계 13.0%, 고졸 인문계 6.9%, 실업계 26.9%로 나타났어요. 학교 교육을 마치고도 기업에서 원하는 기술·숙련도를 갖추지 못한 것이죠.

#정보의 미스매치

구직자 입장에서는 일하기 좋은 회사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역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에 맞는 인재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일 테고요. 특히 중소기업이 그렇습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채용정보 자체뿐 아니라 그 회사의 급여·비전·복리후생·근무여건 등 알고 싶은 것이 아주 많죠. 하지만 대기업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 정보는 얻기가 어렵다는 이가 많습니다. 신문이나 각 대학의 취업정보실로 대대적인 채용공고를 내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대부분 취업 관련 사이트에 공지를 띄우거나 사내 추천, 인맥을 통해 채용이 이뤄지는 일이 많은 편입니다.

#미스매치 줄이려면

이런 미스매치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잖아요. ‘보상의 미스매치’가 해소되려면 중소기업의 급여 수준이 올라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구직자들도 눈높이를 좀 낮춰야 합니다. ‘숙련의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에서 원하는 기술을 구직자들에게 가르치는 곳을 많이 만들 필요가 있어요. ‘정보의 미스매치’를 해결하려면 구직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정부나 각종 단체·기업에서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해요.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전국 8곳(부산·광주·충남·인천·경기·강원·충북·전북)에 인력개발원을 두고 기계·전자·가구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훈련을 해요. 인력개발원의 경우 설립 초기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이 많이 왔지만 최근에는 절반가량이 대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을 중간에 그만둔 사람이에요.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국비로 운영되기에 별도로 학비를 낼 필요가 없지요. 이런 기관은 숙련의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네이트 청년고용 특별페이지(jobyoung.nate.com)’라는 것을 열었어요. 우수 중소기업 취업정보 등을 제공하는 곳이죠. ‘정보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죠. 잡코리아·인크루트 등과 같은 취업정보 사이트도 있지요. 물론 미스매치를 줄이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을 중견기업 이상으로 육성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늘리는 한편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학진학률로 대표되는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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