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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사건 화재 원인은 농성자 화염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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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는 11일 서울 용산 재개발구역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다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을 숨지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 등으로 기소된 용산철거대책위원장 이충연(37)씨 등 7명에게 징역 5~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가담 정도가 약한 조모씨 등 2명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사회적 약자라고 해도 불법 행위까지 보호받을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사고 원인에 대해 1·2심과 같이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 불꽃이 바닥에 뿌려져 있던 세녹스에 붙으며 화재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 원인이라는 농성자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공공질서가 심각히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 경찰특공대 투입을 결정한 것으로, 경찰의 망루 진입에 정당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의 직무집행(진압작전) 시기 등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 등 농성자들은 지난해 1월 서울시의 재개발 보상 정책에 반발해 용산의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씨 등은 농성 진압을 위해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자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하다 화재를 일으킨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경찰관 1명과 농성자 5명이 숨졌다.

 ◆법원-검찰 갈등 속 1년10개월 만에 재판 마무리=용산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2월 검찰이 “경찰의 책임은 묻기 어렵다”며 농성자 기소로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시작됐다. 농성자들은 경찰 관련 수사 기록 약 3000쪽에 대한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재판에서도 변호인단의 변론 거부와 방청객들의 법정 소란 등으로 파행이 계속됐다.

 2심에선 재판부가 변호인에게 미공개 수사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했다. 이를 계기로 법원과 검찰 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기록 공개를 결정한 이광범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이 겹치면서 ‘편향 판결’ 논란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올해 5월 항소심 선고에선 1심보다 형량을 1년씩 낮춘 판결이 내려졌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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