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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미의 원류, 그 너머 미래 가치, 사진에 담으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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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배병우 사진가가 문화 코드를 찾아내는 7년 간의 대장정에 나섰다. 10일 중국 불교 4대 명산의 하나인 산시성 우타이산의 둥타이 고개에서 중국미의 한 자락을 사진에 담고 있다.

“해발 2500m가 넘었어요. 거의 백두산 높이네요.”

사진가 배병우(60)씨가 윙윙 기세 좋게 불어오는 바람을 헤치며 소리쳤다. 10일 오후 중국 산시성 우타이산(五臺山)의 둥타이(東台) 고개. 군데군데 눈발이 남아있는 영하의 고원 저편으로 민둥산이 광활하게 펼쳐졌다.

 중국 불교의 4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히는 우타이산으로 들어서는 기행단 일행을 맞아준 건 순례 길에 나선 티베트의 라마교 승려였다. 버스에 동행하기를 청해온 그는 우타이산을 “신성함 그 자체지요”라고 표현했다. 삼발이에 사진기를 올려놓고 호흡을 고르던 배병우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역사 문화 자연유산 탐방에 나선 지 닷새째에 접어든 이방인의 마음 또한 자연 속에 깃든 불심(佛心)에 젖어 들었다.

 ‘중국미의 원류를 찾아서(이하 중국미)’로 이름 지어진 이번 탐사는 앞으로 7년에 걸쳐 펼쳐질 대장정의 첫걸음이다. 이상해(62)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가 기획하고 주식회사 한샘이 후원하는 ‘중국미’는 장구한 중국의 역사 속에 형성된 문화 어휘 안에서 인류의 미래가치를 찾아보자는 큰 뜻을 품고 있다.

 사진가 배병우씨가 중국미의 핵심을 유적 10곳으로 집약해 2017년까지 사진으로 담아내고 한샘 디자인팀은 이를 바탕으로 세계로 내보낼 디자인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상해 교수는 “서구 사상과 미감 일변도로 흘러온 20세기 인류 문명을 비판하는 정신이 이 기획의 바탕에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불교의 친환경 사상, 유가의 신(信)과 예(禮) 정신을 21세기 이념 대안으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배병우 사진가의 작업에 대해 따듯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6일 베이징 동쪽 청나라 황제무덤군인 칭둥링(淸東陵)에서 시작한 답사 여정에 중국 국가문물국이 특별 파견한 왕이(王毅) 비서가 함께 하며 현지 절차를 처리해주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을 열어주는가 하면, 현장 문물국 관리들과의 특별 면담을 주선했다. 배병우 사진가는 “중국인이 잡아내지 못한 중국미의 정수를 사진에 담아내 그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기행단의 발길은 7~8일 중국 도교의 본산인 후베이성(湖北省)의 우당산(武當山), 유가의 원류인 푸젠성(福建省)의 우이산(武夷山)을 지나 중국 5대 명산의 하나인 쑹산(嵩山)을 거쳐 14일 베이징 천단(天壇)에서 일단 멈춘다. 7년 긴 여정을 위한 일종의 맛보기인 셈인데 내년 초 만리장성과 병마용 등에 대한 2차 조사 기행을 마무리한 뒤 배병우 사진가는 본격 촬영에 들어가게 된다.

 오래 전부터 중국미를 탐구하며 이런 기행을 구상해온 조창걸(71) 한샘 명예회장은 “21세기 문명의 새로운 가치 혁신을 위한 발신처가 아시아, 그 정신의 도구이자 양식이 디자인임을 배병우 작가의 사진이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우타이산을 떠나는 기행단을 배웅하듯 11일 새벽부터 함박눈이 불교 정토를 덮었다. 산시성(山西省)의 핑야오(平遙) 고성으로 향하는 나그네 길에 이 땅이 내리는 축복 같았다.

산시성(중국)=글·사진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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