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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열리는 군산 금강호 주변, 그 많던 철새는 어디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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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10 세계철새축제를 앞둔 전북 군산시에 비상이 걸렸다. 축제 개막일이 코 앞에 다가왔지만 금강호 주변 겨울 철새의 개체 수가 눈에 띄게 확 줄었기 때문이다. 올 철새축제는 ‘철새야 놀자! 새만금에서’를 주제로 10~14일 금강호 일원과 은파 국민관광지에서 열린다.

 금강호를 찾는 대표적 겨울철새인 가창오리는 현재 7만~8만 여 마리가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보이던 40여 만 마리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금강호는 천수만·낙동강과 함께 국내 3대 철새도래지중 하나다. 천연기념물인 큰고니·검은물떼새를 비롯해 50만∼60여 만 마리의 겨울철새가 날아들며, 이중 가창오리가 70~80%를 차지한다.

 올해 철새가 크게 줄어든 까닭은 11월 들어서도 계속되는 따뜻한 날씨와 주변 공사장에서 나오는 소음 탓으로 분석된다. 지구 온난화로 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북쪽에 있던 겨울 철새의 남하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철새조망대 앞 금강호와 나포 십자들녘에서 가창오리가 관찰된 시기는 지난해보다 20일 가량이 늦었다.

 이와 함께 군산 철새축제가 열리는 금강호 둔치에서는 요즘 자전거 길과 녹지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이곳을 오가는 공사차량의 소음과 덤프트럭의 먼지 등이 철새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도 개체 수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 1~2년 전부터는 겨울 철새들이 금강호에서 새만금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방조제 공사와 함께 새만금 내측에 거대한 호수가 생겨 기러기·오리 등이 만경강·동진강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형성된 새로운 서식지로 옮겨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철새조망대 직원들은 금강호 주변에 철새들이 모일 수 있도록 새벽부터 밤늦도록 모이 뿌리기 작업을 펼치고 있다. 또 겨울 철새의 휴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불법 어로행위 단속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성우 군산철새조망대 학예연구사는 “금강호의 철새 도래시기가 점차 늦춰지고, 동선도 새만금 쪽으로 이동하는 것에 맞춰 장기적으로는 축제의 시기·장소 조정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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