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동양방송) 시간여행] 23회 중학교 무시험 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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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뺑뺑이'를 돌리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얘기가 됐죠? 같은 조건에서 순서나 등급을 정할 때 흔히 “뺑뺑이를 돌린다”고 합니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가 그렇죠. 그렇다면 1969년 겨울, 처음으로 중학교 입학을 위해 뺑뺑이를 돌리던 날의 풍경은 어땠을까요.

좋은 학교를 뽑았을까, 우리 아이는 언제쯤 나올까. 1969년 2월 5일. 서울의 한 중학교 입학 추첨장 주변은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들로 가득합니다. 표정은 다르지만 마음은 같았을 겁니다. 우리 아이가 좋은 중학교에 입학했으면 하는 바람이었겠죠.

추첨장 안 초등학생들도 다르진 않아 보입니다. ‘뺑뺑이’란 이름의 물레 모양 추첨기를 돌리는 초등학생의 표정은 사뭇 진지합니다. ‘원하는 학교를 고른 걸까’. 추첨 결과를 기다리는 초등학생의 눈에는 궁금함이 가득합니다. 추첨기에서 튀어나온 은행알에 적힌 번호가 앞으로 다닐 중학교를 알려주는 번호였기 때문이죠. 평준화 세대의 별명이 ‘뺑뺑이 세대’가 된 것은 바로 이 추첨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무시험 추첨 전형은 1968년 7월 정부가 발표한 중학교 입시 철폐안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1970년에는 지방 대도시로 확대됐고 1971년부터는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입시가 사라졌습니다. 5년 뒤인 1974년에는 고등학교 입학 시험도 폐지됐습니다.

뺑뺑이는 초등학생들을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돕니다. 덕분에 당시 학부모와 어린이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답니다. 학원다니느라 바쁜 요즘 초등학생들은 ‘뺑뺑이’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TBC 시간여행이었습니다.

글=김기환 기자, 영상=최영기PD, 차주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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