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살리는 장(腸) 건강법 ④ 유익균 부족해 아토피 시달리는 아이, 제왕절개·분유수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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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가 2009년 7세 미만 아동 6453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2명꼴로 아토피를 앓고 있었다. 아토피와 ‘한 지붕 세 가족’으로 불리는 비염,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을 가진 가구도 전체 가구의 10%를 넘는다.

 그런데 알레르기성 질환이 증가하는 이유가 장 내 유익균 감소와 관련 있다는 주장이 의학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디애나주립대 김석진 교수(프로바이오틱스 전문가)는 “장은 면역세포가 성장하는 곳이다. 장내 유익균이 감소하면 면역세포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해 아토피와 같은 각종 알레르기 질환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장은 몸속으로 들어온 유해물질을 차단하는 마지막 ‘거름막’ 역할을 한다. 장의 유익균 수가 적으면 유해물질을 거르지 못해 세포 속으로 그대로 흡수되면서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킨다.

 아이의 장내 유익균 감소 원인은 출산과 육아 환경의 변화와 관련 깊다. 제왕절개 분만이 늘어나는 것이 첫 번째 문제로 꼽힌다. 아기는 산모의 질을 통해 태어나면서 질 벽에 살고 있는 유익균을 물려받는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은 배의 절개된 부분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질벽에 사는 유익균을 받을 기회가 박탈된다. 따라서 장내 유익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채 삶을 시작한다. 실제 1999년 미 소아소화기영양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의 장에는 유익균의 수가 훨씬 적었고, 유해균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항생제 남용도 장내 유익균 감소의 원인이다. 임신 말기 항생제를 복용하면 산모의 몸에 사는 유익균이 파괴돼 출산 시 아기에게 물려줄 좋은 균 수도 감소한다. 또 장내 세균층이 활발하게 형성되는 생후 1년 안에 아기가 항생제를 복용하면 유익균 생성이 저하돼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모유 대신 분유를 먹이는 것도 원인이다. 1983년 일본 소아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분유를 먹는 생후 1개월 된 신생아의 장내 비피더스 균(유익균) 수는 모유를 먹는 신생아군의 10분의 1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신생아는 엄마의 질로부터 한번 좋은 균을 물려받고, 모유 수유 과정을 통해 또 한번 좋은 균을 물려받는데, 분유를 먹이면 좋은 균을 얻을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 2009년 헬싱키대 퀴투넨 박사가 임상면역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임신 중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아기는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감소했고,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라도 산모가 출산 전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지영 기자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당신의 장 안녕하십니까?’ 캠페인의 일환으로 김석진 교수와 함께 제3회 장(腸)건강 세미나를 엽니다. 주제는 ‘아토피 걱정 없는 아기의 튼튼한 장 만들기’로 임산부와 영유아 부모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가자에겐 아기의 장건강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 ‘VSL3’를 제공합니다. 선착순 100명. 17일(수) 오후 3시~4시30분, 장소는 중앙일보 L1세미나실, 02-543-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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