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따기식 아닌 수학 묘미 청소년에 무료 강의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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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원자력 발전의 산증인인 한국원자력연구소 장인순(65.사진) 소장이 28일 퇴임한다.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에서부터 한국표준형 원자로 설계.생산에 이르기까지 27년간 한국원자력 발전을 직접 이끌거나 지켜본 그다. 지난해에는 우라늄 농축 등 핵 파동의 핵심 인물로 지목을 받으면서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평소의 꿈이 퇴임하고 나서 청소년들에게 수학을 강의하는 것이었는데 막상 강의 요청을 많이 받고 보니 교사나 학부모의 반발이 있을까 걱정입니다." 장 소장이 무료 수학 강의에 나서기에 앞서 하는 고민이다. 고교 시절 '수학을 아주 좋아해도 가난한 사람은 전공하기 어렵다'는 담임교사의 말 때문에 대학에서 수학 전공을 포기했던 그다.

이제 직장의 울타리를 벗어나 청소년들에게 점수따기 식이 아닌 제대로 된 수학을 가르쳐보고 싶다는 것이다.

장 소장은 인문계 대학생에게 자연과학 개론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과학을 모르고서는 자연의 오묘함이나 세계관을 제대로 갖기 힘들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5월부터 한국원자력연구소 고문 겸 고려대 초빙교수로 출강할 예정으로 있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입니다. 현재 북한의 신포에 짓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 한국표준형 원자로를 북한 정부가 선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원자력 분야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눈부신 발전은 과거 국민이 한 주에 100시간씩 일할 정도로 부지런했고, 일벌레였기 때문이라고 장 소장은 말했다. 그 역시 평생 오전 7시30분이면 연구소에 출근하고, 오후 11시에 퇴근했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을 맡은 6년 동안에도 너무 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기사를 부르기 미안해 직접 차를 몰았다.

그는 독서 예찬론자이기도 하다.연평균 10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선진국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습니다. 책을 많이 보는 국민은 얕잡아 볼 수 없습니다."

그는 무료 수학강의와 보고 싶은 책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 좋다며 퇴임의 변을 대신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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