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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간 광화문 현판, 불가피한 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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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광화문 현판에 글을 새긴 오옥진씨가 4일 오후 현판이 금 간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원 석 달도 채 안된 기간에 ‘금 간 광화문 현판’(본지 4일자 22면)에 대한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이 4일 오후 긴급 자문회의를 열었다. 신응수 대목장, 오옥진 각자장, 김동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윤홍노 문화재전문위원 등이 참석한 회의 결과는 기존 문화재청 입장과 다름이 없었다. 나뭇결을 따라 균열된 것은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육송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자문위원들은 당장 현판에 손을 대지는 않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다른 균열이 생길 수 있으므로 추이를 지켜보다 내년 봄쯤 현판이 안정화된 뒤 손을 본다는 것이다. 전날 몇몇 언론에 “목재가 덜 말라 금이 갔다”고 인터뷰한 바 있는 오옥진 각자장(刻字匠)은 “(당시) 당황하고 정신이 없어서 그렇게 말했다”며 “나무가 완전히 안 말랐다면 칼을 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자문회의가 끝나길 기다리던 기자들은 목재를 마련한 신응수 대목장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3개월 만에 금이 가는 게 정상인가 ▶중국이나 일본의 궁궐 기둥은 왜 금이 가지 않는가 등이었다. 신 대목장 다음 같이 해명했다.

 “육송은 서로 수축하면서 결이 약한 부분이 갈라지는 특성이 있다. 아무리 잘 말려도 밖에 내걸면 습기를 빨아들인다. 올 가을 가물었고 정남향으로 햇빛을 받으며 수축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현판이 얇아 보이지만 실제 나무 두께는 7.5㎝, 폭은 45㎝다. 지름 60㎝ 이상, 150년 이상 된 나무를 켠 것으로 3년 이상 건조했다. 판재가 얇으면 덜 갈라지지만 두꺼우면 소나무의 돌아가는 힘이 더 세서 금이 간다. 우리나라 건축물의 기둥이나 보가 갈라지는 것은 그래서다. 몇 해 전 (경복궁) 흥례문의 기둥이 터졌다고 해서 기존 건축물을 다 조사한 적이 있다. 경복궁 근정전의 기둥 중엔 틈이 3㎝ 이상 벌어진 것도 있었다. 중국과 일본은 나무의 강도가 떨어져 천으로 싸서 매끈하게 칠을 한다. 반면 국산 소나무는 강해서 터진 대로 둬도 1000년을 버틴다.”

 실제 4일 광화문은 현판만이 아니라 홍예문 천장화의 판재, 문, 문루의 보 등에도 이미 눈에 띄는 금이 가 있었다. 현판은 다른 곳의 균열에 비하자면 약한 편이었다. 그러나 광화문의 얼굴인데다 새하얀 바탕에 나타난 것이라 눈에 거슬렸다. 문화재청 김원기 궁능문화재과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처리 전문가를 비롯한 국내 최고 목재전문가를 통해 균열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예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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