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독도를 일상생활 속의 영토로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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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가 끝내 '다케시마(독도)의 날'을 조례로 제정했다. 예상했던 대로 일본 정부는 한.일 우호를 근본적으로 해치는 이 조례 제정을 '자치단체의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방관함으로써 한.일 양국의 우호를 생각하는 많은 사람에게 걱정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시마네현이 일본국 영토 안에 존재하는데도, 시마네현의 행동으로 이웃국가와 일본의 외교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위기의 상황인데도 일본 정부가 이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시마네현은 일본의 통치권 밖에 있다는 말인가? 이 점에서 우리는 일본 정부에 심히 유감이며 일본 정부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다고 본다.

물론 일본의 일개 지방자치단체에 불과한 시마네현의 조례는 국제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한국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지배와 위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마네현의 시대착오적 행동은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일본 정부의 무력함과 주변국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일본 내 우익세력의 발호와 맞물려 한.일 양국의 우호관계에 근본적인 회의를 하게 한다.

한국은 영토 주권을 훼손하려 하는 어떠한 행위나 도발에 대해서도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한.일 우호도 중요하지만 영토를 훼손하려 하는 이웃에게까지 한국은 무작정 웃을 수 없다. 일본은 이 점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올해는 을사조약 100주년과 한.일 국교 수립 40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우리는 한.일 양국이 불행했던 과거사를 털고 '손잡고 미래로 가자'며 동북아와 세계 평화 달성을 위한 진일보한 관계로 진입하기를 원했다. 우리는 일본의 대다수 국민이 평화를 사랑하고 이웃 국가들과 선린우호를 유지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시마네현의 이번 행동은 이러한 대다수 일본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다. 1세기 전 일본을 전쟁의 광풍으로 몰아넣고 주변 국가들과 일본 국민에게 심대한 물적.인적.심리적 피해를 끼친 극우제국주의자들의 논리와 궤를 같이하는 행동이다.

이러고 양국 관계가 순탄하기를 바라지는 못할 것이다. 우정의 손길을 뿌리친 일본에 대해 우리 정부가 대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은 정부가 더 이상 일본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하지 말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정상적인 한.일 관계에 상당한 부담을 안더라도 일본에 도발의 책임을 묻자는 강경한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의 자제와 자숙을 더 이상은 인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필요하다면 주일대사를 소환하고 '한.일 우정의 해' 행사도 취소하고 일본대사를 추방하고 한.일 양국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는 국민의 분노의 감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국민의 감정을 감안하더라도 냉정해야 한다. 국민의 흥분된 감정을 그대로 정책에 담아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일본의 영토 침탈 기도에 대해선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다. 이에 대한 응징은 냉정하면서도 단호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지속돼야 한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독도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독도의 개발을 고려하고, 경비를 경찰에서 해병대로 이관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로운 방문과 각종 행사를 지원해 독도를 단순한 우리의 국토에서 국민의 생활 속의 영토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양국 간 우호의 큰 틀은 유지해야 한다. 한.일 양국의 대화 통로도 열어놓아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도 협조가 불가피하다. 일본이 반성한다면 양국 간 전반적 우호를 복원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