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들의 꿈 찾기 미국 시청자들도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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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한인 2세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 '에그 웨스트코스트'를 만든 사람들. 왼쪽부터 게리 최.리처드 최.한 조.디노 드 로렌조.[변선구 기자]

계란 흰자 속에 노른자-. 미국 사회에 편입되려 애쓰는 한인 동포들의 처지를 빗댈 때 쓰는 말이다. '에그 웨스트코스트(Egg Westcoast)'라는 묘한 제목의 다큐멘터리 쇼는 이런 한인 2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미국 전역에 방송된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유선방송인 인터내셔널 채널을 통해 미국 내 1100만 명의 시청자에게 이 프로를 선보인 초이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리처드 최(33)와 스태프인 게리 최(35).한 조(31).디노 드 로렌조(39)가 12~16일 한국을 찾았다.

"운이 좋았어요. 방송사가 히스패닉(남미 출신 이민자들)에 이어 거대 시장으로 떠오른 아시아계를 위한 새 프로를 찾다가 마침 우리 시제품을 보고 맘에 든다며 방영 결정을 내렸거든요."(리처드 최)

애초에 20~30대 동포 젊은이들을 겨냥해 제작된 '에그 웨스트코스트'는 의외로 여타 아시아계는 물론 백인 시청자들에게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현재 방송사 측과 연장 방송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한인 2세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줬어요. 그런데 피부색과 문화적 배경이 다른 시청자들도 쇼를 보며 '어, 우리랑 별로 다르지 않네'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게리 최)

'에그 웨스트코스트'가 지금껏 소개한 동포들은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이 꿈인 고교생 농구선수 박진수군, 최근 서울에서 모피 소비에 반대하는 나체 시위를 벌여 관심을 끈 환경보호 운동가 크리스티나 조 등이다.

유명 코미디언인 마거릿 조의 동생이자 배우로도 활동 중인 한 조는 "미국 사회에서 한국계 2세라고 하면 '부모들의 엄청난 교육열 때문에 으레 변호사.의사.회계사를 지망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우리 쇼는 이런 선입견을 깨는 데 일조했다"며 웃었다.

1998년 초이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들 한인 2세는 모두 할리우드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파들이다. 리처드 최는 대학 졸업 후 워너 브러더스에서 사무보조원으로 출발해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조연출까지 맡았다. 그의 형인 게리 최는 금융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TV 카메라맨으로 변신했다.

리처드 최는 "연줄 없이 성공하는 건 할리우드에서도 쉽지 않다. 하지만 재능과 끼를 갖춘 멀티 플레이어들이 똘똘 뭉친 만큼 '에그 웨스트코스트'를 발판삼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거인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 <shiny@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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