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애국가를 4절까지 다 외우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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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5일 오후 동수원초등학교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에 초대된 고 안익태 선생의 부인 롤리타 안 여사가 어린이들과 애국가를 함께 부른 뒤 한 어린이의 뺨에 뽀뽀를 하고 있다.[수원=연합]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15일 오후 2시30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 1동 동수원초등학교 3층 도서실 겸 소강당. 검정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3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르던 고 안익태 선생의 부인 롤리타 안(90)여사는 감격에 북받친 듯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40년 전 타계한 남편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이날 음악회는 셋째딸 레오노아 안(52), 외손자 미겔 익태 안(29)과 함께 경기관광공사 초청으로 수원을 방문한 롤리타 안 여사의 7박 8일 방한 일정 중 첫 공식 행사였다.

안익태 선생 유족의 경기도 방문을 환영하는 뜻에서 동수원초등학교 학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정성어린 음악회를 준비했다. 행사에는 손학규 경기도지사 부인 이윤영씨와 경기관광공사 신현태 사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10명의 가야금 합주반 학생들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산조 중 굿거리와 '톱질하세' '꿈배를 띄우자' 등 민요 메들리를 가야금 병창으로 연주하자 레오노아는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워 했다. 리코더 합주반이 '도레미 송', 오케스트라가 '금과 은 왈츠'를 연주하고 안익태 선생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은 다음 애국가가 담긴 '한국 환상곡' 하이라이트를 함께 감상하는 순서도 있었다.

어린이 대표는 유족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선물했고, 롤리타 안 여사는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 '안익태'(신충행 지음, 도서출판 산하) 3권에 자필 사인을 해 도서실에 기증했다.

롤리타 안 여사는 음악회에 앞서 인사말에서 "경기도를 방문하게 돼 기쁘다. 나는 한국을 매우 사랑한다"고 영어로 말한 뒤 또렷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애국가는 한국민의 영원한 노래다. 한국민이 애국가를 통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애국가 제창이 끝난 뒤 레오노아는 "어린이들이 4절까지 가사를 외워 부르는 것을 보면서 한국인들이 애국가를 정말 사랑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음악회가 끝난 뒤 유족은 어린이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준 뒤 자리를 떴다.

한편 롤리타 안 여사는 오후 4시 경기도청에서 손학규 경기도지사로부터 2005년 경기방문의 해 홍보대사 위촉장과 명예도민증을 받았다.

수원=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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