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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관 … 소포폭탄 … 알카에다 전 세계 동시다발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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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예멘 경찰 특공대가 2일(현지시간) 수도 사냐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채 경계를 서고 있다. 예멘 군 당국과 미군은 합동으로 한국석유공사 송유관 폭발 사건이 일어난 샤브와주 일대에서 이날부터 알카에다 세력에 대한 소탕작전에 돌입했다. [사냐 로이터=뉴시스]

알카에다 테러의 불똥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코앞에 둔 한국에도 옮겨 붙었다. 석유공사가 예멘 남부 샤브와주에서 운영 중인 석유송유관이 2일 폭파당한 것이다.

 알카에다 아라비아 지부(AQAP)는 사건 발생 사실이 외신에 의해 보도된 직후 범행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더구나 사건이 일어난 샤브와주 일대에서는 이날부터 예멘 군 당국과 미군이 합동으로 알카에다 세력에 대한 소탕작전에 돌입한 상태였다. 평소에도 알카에다 세력의 근거지로 꼽히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이날 사건은 AQAP의 핵심지도자인 예멘계 미국인 안와르 알올라키를 예멘 검찰이 테러 조종 혐의로 기소한 직후 일어나 알카에다의 개입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예멘은 지난달 29일 영국과 두바이 공항에서 잇따라 발견된 ‘소포 폭탄’의 발신지로 알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테러가 빈발하는 곳이다. 알카에다는 지난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 지부와 예멘 지부를 하나로 통합하는 조직 재정비를 단행한 뒤 외국인이나 외국 관련 시설물에 대한 테러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송유관 폭파 사고가 발생한 샤브와주 일대의 무장세력으로는 알카에다 조직 이외에도 시아파 반군인 알후티 그룹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이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것인지는 여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폭파된 송유관이 한국의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것임을 범행세력이 알고 있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G20회의 개최를 앞둔 시점이어서 무장세력이 범행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이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알카에다를 비롯해 현지 무장세력의 공격일 가능성이 있다”며 “주예멘 한국대사관에서 석유공사 및 현지 군·경 등 보안 책임자와 긴밀한 연락 공조를 취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AFP 등 외신들에 따르면 송유관은 2개의 폭탄이 동시에 터지면서 파손됐으며 사고 지점에서는 검은 연기가 계속 솟아오르는 장면이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송유관 폭파 사건의 인명피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지난해에는 예멘에서 한국인이 테러를 당해 인명피해를 본 적이 있다. 지난해 3월에는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예멘의 시밤 유적지에서 자살 폭탄테러에 의해 숨졌으며 사건 수습을 위해 현지에 파견된 한국 정부 관계자들조차 자폭 테러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외국인 납치 사건이 일어나 한국인 여성 1명이 피살됐었다. 두 사건 모두 알카에다 또는 연계 세력의 범행인 것으로 예멘 당국의 수사결과 밝혀졌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사건이 조직적인 테러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사고 현장 인근에 있는 가스공사의 가스관이 올봄에도 로켓포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사고는 알카에다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었다”고 전했다. 송유관 공사를 하면서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왔던 점을 감안할 때 이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소행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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