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선택] 현대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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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요즘 재계 최고의 화제는 아무래도 현대건설 인수전이 아닐까.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이 벌이고 있는 인수합병(M&A) 줄다리기 때문이다. M&A 싸움 때문에 현대건설은 재계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끌고 있다. M&A 전투가 가열되면 아무래도 주가가 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때문이다.

 사실 현대건설은 최근 6개월 사이 주가가 많이 올랐다. 5월 중순 4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최근 7만50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지금 주가는 그간 에누리되어 오다가 제자리를 찾은 것일 뿐, M&A로 인한 덤은 얹혀져 있지 않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2005년부터 국내 건설업체들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중동 쪽에서 화학 관련 플랜트 수주가 쏟아져 들어왔고, 국내에서는 아파트 값이 계속 뛰면서 재건축 등으로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수익성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소외됐다.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이라는 멍에 때문에 재건축을 포함한 각종 수도권 주택사업에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확보하지 못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들은 현대건설이 아니라 래미안·자이·e편한세상 같은 브랜드를 찾았다. 해외 쪽은 다리·항만 건설 같은 인프라나 발전소 건설 등 현대건설의 장기라 할 분야의 발주는 메말랐고, 석유화학 공장만 줄을 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중동·중남미·중앙아시아에서 발전소와 인프라 건설이 활기를 띠고 있다. 현대건설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현대건설은 해외사업 경쟁력도 높다. 건설 장비를 많이 갖고 있다는 것, 게다가 상당수 장비가 감가상각이 끝났다는 것이 경쟁력의 원동력이다. 장비를 리스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드는 다른 업체들과 구별되는 점이다.

 사업구조도 수익성을 높이는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 현대건설의 해외사업은 시공 위주였다. 설계와 자재 조달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 맡겨왔다.

한데 이 설계와 자재 조달이야말로 ‘알짜배기’라 할 정도로 수익이 많이 나는 분야다. 그래서 현대건설은 올해 초부터 인력을 확보해 시공뿐 아니라 설계와 자재 조달까지 일괄 처리하는 쪽으로 구조를 바꿔나가고 있다. 그 덕인지 지난해 4%대였던 영업이익률은 올 들어 매 분기 6%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3분기에는 7.7%까지 올라왔다.

 원가 산정 방식도 보수적으로 바꿨다. 몇 년이 걸리는 큰 공사는 해나가는 동안 자재 값이 올라 끝내고 나면 예상했던 것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 일이 보통이고, 심하면 손실을 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이 없도록 현대건설은 향후 비용 상승분까지 감안해 원가를 산정하고 있다. ‘공사를 따냈다가 나중에 결산을 해보니 손해가 났더라’고 할 가능성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처럼 내실을 기하고, 또 해외 쪽의 여건도 좋아진 것이 최근 현대건설 주가 상승의 배경이다. 물론 M&A도 현대건설을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그룹이 모두 “현대건설을 인수해 이렇게 키워나가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면 현대건설의 가치는 더욱 부각될 것이다.

 한 가지, M&A와 관련해 주가가 많이 오를 경우 M&A 성사를 전후해서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는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제1회 중앙일보·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즈 건설 분야 투자 추천 2위, 실적 추정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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