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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비자금과 강원랜드 악연

조인스랜드

입력

업계에선 거의 원폭 수준인 2003년 10.29 대책이후 경기 침체로 기온보다 훨씬 추운 겨울을 보내는 건설업계에 연초부터 비자금 혹한기가 닥쳤습니다.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한화건설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7일엔 대우건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함께 전 남상국 사장의 체포 등이 있었습니다.

대우건설의 경우 일단 비자금 조성 혐의는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비자금 조성 혐의가 있으니 자금줄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하도급 비리 관련 수사를 하지 않느냐”는 게 업계나 주변의 시각입니다.

하도급 비리에 20여명의 수사관을 투입해 사과박스 20여개 남짓의 압수수색을 하겠느냐는 거죠.

대우건설로서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 격인 셈입니다. 7일 아침 한국일보에 검찰 수사 관련 기사가 났을 때만 지난해 강원랜드 건 등에서처럼 별탈 없겠지하는 분위기였습니다.첩보 수준이겠거니 생각한거죠.

하지만 7일 오전 9시30분께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러 닥치자 일이 예상보다 큰 게 아닌가하며 갈팡질팡하는 분위기입니다. 왜 갑자기 검찰이 들이닥쳤을까요? 어디서 어떤 단서를 잡고 대우를 지목했을까요?

이런 얘기도 들립니다. 구속 중인 구여권 실세인 K씨가 10억원을 대우건설에서 받았다고 불었다는 소문입니다. 알다시피 K씨는 강원랜드 설립과 관련해 소문이 많이 나있던 분이죠.

또다른 얘기는 강원랜드나 트럼프월드와는 관계가 없는 다른 껀수가 잡혔다는 것입니다. 긴급체포라는 형식이 현행범이 아니면 거의 없는 일인데 확실한 물증을 확보한 검찰이 체포라는 방식으로 연행했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한나라당의 10분의 1`수준에 맞추기 위한 작업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내놓습니다.

트럼프월드는 사실 별거 없을 거라고 보는 것입니다. 트럼프월드에 문제가 있다면 주택사업본부를 뒤져야 하는데 압수수색에서 건축과 주택본부는 빠졌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지난해 말 현 박세흠 사장 체제로 바뀌고 워크아웃도 졸업해 회사가 홀로서기에 막 나선 마당에 닥친 검찰 수사는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닙니다.

박 사장은 9개 본부, 1실, 1소 체제를 6본부(토목·주택·건축·플랜트·국내영업·해외), 5실(경영기획·재무관리·관리지원·외주구매·투자관리), 1소(기술연구소) 체제로 조직개편을 하고 임원 46명을 승진시키며 새 출발의 각오를 다졌습니다.

주택사업본부 등 실적이 좋은 쪽과 워크아웃 졸업에 공이 많은 임직원들을 승진시켰죠.외부 입김 소문을 거치며 우여곡절끝에 사장에 취임한 부작용도 없었습니다.

전 남상국 사장에게도 자리를 마련,‘기분 좋은’새해를 맞았던 거죠.

한화건설의 경우에도 하도급이 문제였습니다.대전 유성구에 산업단지 등을 조성하는 대덕테크노밸리㈜로부터 66억원 규모의 연암(軟巖) 제거 및 성토 부문 토목공사를 수주한 뒤 S건설에 36억원에 하도급을 주면서 10억원을 리베이트로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였던 거죠.

검찰은 일단 하도급 비리로 보는 것 같습니다만 한화의 예에서처럼 하도급 비리로 만들어진 돈이 결국 정치권으로 흘러간 비자금이지 않느냐하는 시각은 이 때문입니다.

대우건설은 회사 입장에서 무엇보다 신임 박 사장의 신변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새 주인을 찾아 매각을 추진 중인 입장에서 이번 사건 뿐 아니라 현 경영진이 흔들릴 경우 대외 신인도 하락 등에 따른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이기 때문이죠.

적어도 박 사장은 하도급 비리와는 무관하지 않겠느냐고 회사 관계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검찰이 자료를 압수해 간 98∼2002년 기간 동안 박 사장은 하도급과는 관계 없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 사장은 98년말까지 말레이시아 현장소장을 했고 99년부터 2001년까지 건축사업본부 담당임원,2003년 4월부터 외주구매본부장을 역임했습니다.

외주구매본부장 역임 기간은 검찰이 문제삼는 것으로 보이는 기간이 지난 때입니다.건축사업본부 담당 임원도 업무상 하도급과는 크게 상관없기 때문에 별탈이 있겠느냐는 겁니다.

당시 토목사업본부장을 했던 전 유철호 부사장이나 건축사업본부장을 했던 전 김흥수 부사장 등은 이번 인사로 현직에서 물러나 크게 걸릴 현직 임원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 경영체계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거죠.

다만 이번 인사때 토목사업본부장을 맡은 박창규 전무가 박 사장 이전 외주구매본부장이었습니다. 결국 박사장은 형식적인 차원에서 소환되고 남 전사장은 조금 다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한화건설의 경우도 하도급 관련 업무를 맡은 외주담당상무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대우건설에 대한 검찰 수사로 하도급 관련 비리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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