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下. 온라인 사회 분석을 마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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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 대부분이 인터넷을 쓰는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사회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사회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 속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이번 분석은 기술.사회적 측면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의 전반적인 양상이 드러난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소규모 자료 분석이나 웹사이트 간 연결망 분석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3500만 명이 넘는 네티즌의 직접적인 관계를 분석한 것은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이다.

2005년 현재 191개 유엔 회원국의 평균 인구는 3400만 명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를 통해 평균적인 국가 하나의 국민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를 모두 분석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인터넷 사회의 구성요소도 나타났다. 인터넷에도 엘리트와 보통 사람은 뚜렷이 나눠진다. 하지만 인터넷 사회의 엘리트는 폐쇄 그룹을 형성하며 정보를 독점하기보다 대중과 친구가 되면서 자신의 지위를 새로 만들어간다. 탄핵반대 촛불집회나 서귀포시 부실 도시락 사건 등 인터넷을 통한 여론 형성 과정도 일부 그 실체가 밝혀졌다. 상대방의 정확한 나이와 성별도 모르는 상태에서 친구 관계를 맺는 데에도 일정한 경향이 존재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이런 발견들은 우리 사회의 향후 모습이 어떤 것일지를 그려보는데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음 카페나 싸이월드 미니홈피 같은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그 경쟁 우위를 지켜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인터넷 이용 행태를 세밀히 분석한 이번 조사는 한국이 인터넷 분야에서 이룩한 경쟁 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한 차세대 전략의 구상을 위해서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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