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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르포] 3일 개교한 '한국외고' 24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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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1:00 여학생들이 영어로 진행하는 그룹 시사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간식 중에 영자신문을 보고 있다. 변선구 기자

'유학 사관학교'를 표방하는 경기도 용인의 한국외고가 지난 3일 개교했다. 첫 입학생 355명의 평균 토플 점수는 CBT 300점 만점에 269.2점. 당장 미국 명문대 지원이 가능한 수준이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수업은 물론 기숙사.식당 등 교내에서는 영어만 사용한다. 기숙사비를 포함해 등록금은 연간 1200만원 정도. 한국외대와 용인시가 만든 국내 최초의 관.학 협력 특목고로 영재 교육을 지향하는 한국외고를 지난 11~12일 1박2일간 체험했다.

"It's time for roll call(기상 시간입니다)."

11일 오전 6시 기숙사 복도. 기상을 알리는 영어 안내방송이 나오자 점호를 받으러 학생들이 몰려나왔다. 10분간의 체조 시간에도 영어 구령이 울려퍼졌다.

오전 7시, 잠에서 덜 깬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200여m 떨어진 강의동까지 바퀴가 달린 여행가방을 끌고 이동한다. 수업에 필요한 교재와 참고서까지 챙기면 책만 10권이 넘기 때문이다. 30분간의 아침식사 동안 학생들은 영자신문인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이 학교는 영어과 3개 학급과 중국어.독어.프랑스어.일본어 등 제2 외국어과 7개 학급으로 남학생이 153명, 여학생이 202명이다. 학생들은 영어를 포함한 3개 외국어 구사능력을 갖춰야 졸업할 수 있다.

영어과의 오전 생물 수업시간. 담당 교사가 "How would you classify organisms?(생물들을 어떻게 분류하나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일제히 "kingdom, phylum, class, order, family, genus, species('계.문.강.목.과.속.종)"라고 답한다. 이 수업은 미국 대학 1학년 과정을 미리 공부하는 심화학습 이수과정(AP)이다.

음악 시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야외공연 실황을 DVD로 감상한 뒤 영어로 감상평을 말하는 수업이 이어졌다. 또 국제적 수준의 교양을 갖추기 위해 '1체육 1악기'를 필수로 거쳐야 한다. 검도.축구.농구 등 운동과 바이올린.색소폰.가야금 등 악기 중 하나를 각각 선택해 숙달해야 한다. 영어과의 경우 국어.국사를 제외한 수학.화학 등 모든 수업의 언어는 영어다. 제2 외국어과의 경우, 수업은 우리말과 외국어를 병행하지만 기숙사 등 교내에서는 영어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오후 9시30분 야간 그룹 스터디를 마친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위해 기숙사로 들어오자 사감(RA.Resident Advisor)들이 집에서 온 편지와 소포 등을 나눠준다. 8명의 RA는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한국외대생 중에서 선발됐다. 취침을 알리는 자정이 돼도 기숙사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이모(16)양은 "하루 네다섯 시간밖에 자지 못하지만 영어로 꿈을 꿀 정도로 공부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양은 다음날 오전 1시30분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한국외고에서는 국제 공인교육과정(IB) 등을 마련해 국내에서 미국 수학능력시험(SAT)을 치러 미국 대학에 곧바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학교 박하식 교감은 "방학 때는 학생들을 미국.중국 등에 보내 어학 실력을 더욱 배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인 한국외고=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 바로잡습니다

3월 14일자 10면 '체험 르포 -한국외고 24시' 기사에서 'phytum''genes'은 각각 'phylum''genus'의 오기이며,'종.속.과.목.강.문.계'의 순서는 '계.문.강.목.과.속.종'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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