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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 사업 충남도 지사 반대, 시장·군수는 찬성 … 경남 닮은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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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금강을 끼고 있는 시·군의 단체장이 강을 정비해 달라고 하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습니까? 선진국일수록 물 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상곤 충남 서산시장은 4대 강(금강) 사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유 시장은 “서산은 금강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강을 끼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4대 강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게 순리라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시장을 포함, 충남도 내 16개 시·군 가운데 13곳의 시장·군수가 4대 강 사업에 대해 ‘전면 찬성’ 또는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혔다. 1일 본지가 충남 16개 시장·군수 전원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다. 반면 복기왕 아산시장만이 “단기 개발의 이익보다는 환경보호 등을 통한 장기적인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4대 강 사업을 반대했다. 이기원 계룡시장은 “금강 수계 단체장 의견을 존중한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이와 관련,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달 29일 4대 강(금강) 사업의 핵심인 ‘보(洑) 건설’과 ‘대규모 준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안 지사는 이때 “충남 도민을 상대로 여론 수렴을 한 결과 절대 다수가 보 건설과 준설 등을 중심으로 한 4대 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와 마찬가지로 4대 강 사업을 놓고 충남도와 일선 시·군 사이에 갈등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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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결과 금강 수계 7개 시·군 단체장 전원은 ‘전면 찬성’ 또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충남도 내 금강 수계 시·군은 금산·연기·청양·부여·서천군과 논산·공주시 등이다. 이준원 공주시장은 “지역에 보가 건설되고 준설이 완료되면 강 주변 환경 정비는 물론 용수 확보 등의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금강보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도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용우 부여군수 역시 “금강 사업은 낙후한 지역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이다. 이석화 청양군수는 “주민 대부분의 의견이 찬성”이라며 “준설토를 이용해 농경지를 리모델링(객토)하는 사업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소열 서천 군수는 “금강 하구둑 수문 개방 문제만 해결된다면 4대 강 사업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북과 충남을 연결하는 금강 하구둑(1990년 완공)의 일부를 개방해 금강 하구에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할 수 있게 하자는 게 나 군수의 일관된 주장이다. 금강을 끼고 있지 않은 나머지 시·군 단체장의 의견도 대체로 비슷했다. 충남 시장·군수협의회장인 성무용 천안시장은 “국책사업인 데다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는데 반대하는 게 어려운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김석환 홍성군수와 이철환 당진군수, 최승우 예산군수는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조건부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충남도는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에 반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건의문을 1일 국회와 정부에 전달했다. 건의문에는 “금강보(공주)와 부여보 등을 건설할 경우 수질이 나빠지고 집중호우 시 범람 위험이 커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사업계획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공주·부여 지역 금강을 준설하면 백제문화유적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며 준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안 지사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4대 강 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충남도 간의 싸움은 단순히 선과 악, 찬성과 반대의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4대 강 싸움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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