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율 외풍에도 '씩씩한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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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올들어 고유가와 원-달러 환율 급락의 회오리가 일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꿋꿋하게 잘 버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승장에선 악재가 일시적으로 뭍히는 경향도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환율.유가 등의 충격을 견뎌낼 만큼 내성을 키운 결과"라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 상승.환율 급락 흐름이 지속할 경우 기업과 경제가 느끼는 부담이 부각돼 '지수 1000 안착' 기조를 흔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환율과 주가=환율이 급락하면 기업의 수출 채산성과 실적이 나빠져 주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이런 공식은 잘 들어맞지 않는 양상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무려 150원 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수출은 계속 잘 되고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박정우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19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한 생산성 향상에 힘입어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일본 역시 80년대 중반 비슷한 이유로 엔고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우리나라 역시 외환위기 이후 다져진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이 통화 강세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급격한 엔화 절상을 불러온 85년 9월 '플라자 합의' 당시 217엔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98년 연말 143.45엔으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일본 증시의 닛케이주가 평균은 되레 1만2700엔에서 3만8900엔으로 세배 가량 뛰었다.

대우증권 신후식 리서치센터장은 "당시 일본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엔고를 이겨낼 만큼 강했던데다 엔화 강세 덕으로 내수도 괜찮아 증시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그러나 "수출이 계속 잘 되는 것과 채산성은 다른 문제"라며 "환율 요인 때문에 올 1분기 기업 순익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면 증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영향 미미=국제 원유가 급등 역시 고질적으로 국내 증시를 괴롭혀온 악재 중 하나였다.

유가 상승이 물가와 금리를 자극해 경제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90년 7월 배럴당 11달러선이던 중동산 두바이유가 이듬해인 91년 11월 35달러선까지 폭등했을 당시 주가도 100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올들어 두바이유 값이 이미 30% 이상 치솟았지만 주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올랐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는 데다 최근 유가급등이 수급상 문제라기 보다는 세계 경제 활성화에 따른 수요 증가를 반영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 시장의 우려를 덜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이희나 연구위원은 그러나 "최근 원화 강세가 유가 급등을 상쇄하고 있지만 중동산 두바이유가 배럴당 50선달러까지 이를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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