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 깊이 읽기] 한국 - 일본 두 지식인의 '열린 대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국과 일본국

권오기. 와카미야 요시부미 지음, 이혁재 옮김

샘터, 320쪽, 1만2000원

권오기 동아일보 21세기 평화재단 이사장 겸 울산대학 석좌교수는 최초의 동아일보 도쿄특파원(1963년)과 편집국장.사장을 지냈다. 김영삼 정부 때는 통일 부총리를 역임했다.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논설주간은 정치부장을 지낸 진보 성향의 지한파(知韓派)다. 1980년대 초반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기도 했다.

전 현역 언론인이자 지식인인 두 사람이 와카미야 주간의 제안으로 2003년 9월부터 10개월 동안 도쿄에서 네차례 만나 대화한 것을 묶은 것이 이 책이다. 깊이있는 연구서는 아니나 풍부한 경험과 학식을 갖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주요 사건의 내막과 함께 흐름을 알게 해 준다. 또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진다.

한일 역사문제나 자국에 대해선 두 사람 모두 자국 중심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평가한다. 권 이사장은 "한국은 자신이 위대하다고 자만하고 있다.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등의 비판적인 시각도 많이 보인다. 독자에 따라선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되새겨볼 부분도 많다. 와카미야 주간은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관련 망언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일본인들이 '식민통치 때 좋은 일을 했다'고 가슴 펴고 말할 수 있느냐"고 비판한다. 그는 이런 생각에서 일본이 미국에 강제 합방당해 저팬주(州)가 됐다면 미국에 감사할 것이냐는 사설도 썼다고 한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권 이사장은 "통일부 장관 취임시 남북통일정책으로 '복안(複眼,여러 시각으로 봐야한다는 뜻).국제.각론의 3원칙을 제언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도 유효하다는 뜻도 전한다. 와카미야 주간은 일본의 대북 정책과 관련, "압력 일변도보다는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공동사업을 하면서 사람과 기술을 들여보내 체제 변혁을 촉진시키자"고 제안한다.

두 사람이 밝히는 한일관계 뒷이야기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와카미야 주간은 2002월드컵과 관련, "1994년 10월6일 도쿄에서 한승주 외무장관을 만난 고노 요헤이 외상이 처음 '어느 쪽이 이기건 큰 응어리가 남을 것'이라며 공동주최를 처음 제안했다"고 밝혔다. 고노 외상은 지금 중의원 의장이다. 권 이사장은 "김영삼 대통령은 북한에서 잠수함이 내려오거나 하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이젠 전쟁이다'라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나카소네 일본 총리가 한국에서 전두환 대통령과 가라오케 파티를 가졌을 때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에서 연습한 '노란 샤츠 입은 사나이'를 한국말로 불렀다"(와카미야)는 내용도 나온다.

오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