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보다 나은 애완동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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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호 18면

학전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도도’의 주인공은 유기견이다. 허영심 많은 주인을 버리고 따뜻한 마음씨의 새 주인을 찾아 나선 강아지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유기된 동물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애완동물과 관련해 이웃 간의 크고 작은 다툼도 늘어나고 동물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정신과 영역에선 우울증·사회공포증·자폐증을 앓는 환자에게 동물 보조 정신치료(Animal assistant therapy)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동물을 키우면 대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게 된다. 집안에서 기르다가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 산책을 시키다 보면 주인도 저절로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의 성인병 치유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애완동물을 데리고 놀면서 가족끼리 웃고 대화할 수도 있다. 그만큼 행복도가 증가한다. 선진국에는 동물들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전문과가 있을 만큼 애완동물들의 심리에 대한 관심도 많다.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를 개나 고양이에게 처방하고 놀이치료뿐 아니라 행동 인지 치료를 적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주인과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있는 강아지에겐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떨어져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간다. 화분이나 화단에 있는 식물들을 자꾸 씹어 정원을 망치는 동물에겐 섬유질이 들어 있는 식이 보조제를 준다. 일종의 혐오 요법으로 식물 근처에 식초·후추 또는 몸에 해롭지 않은 약물 같은 것을 발라 놓기도 한다.

키우는 말이나 개, 원숭이나 생쥐 중에는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를 박거나 자기 몸을 물어뜯거나 해치는 자기 절단 혹은 학대 증후군(Self mutilation syndrome)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외부의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 주고 그들이 좋아하는 냄새를 맡게 해 주면 가라앉기도 한다.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데 애완동물에게 돈을 쓰는 것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예전부터 ‘정승집 개 팔자만도 못하다’란 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애완동물은 때론 가족보다 훨씬 더 귀중한 존재일 수 있다. 요즘에는 강아지 호텔·카페·장례식장까지 사람과 똑같은 대우를 받기도 한다. 남편 잘 만나 부동산과 호텔 갑부가 된 레오나 헴슬리(Leona Hemsley)는 자기 집 인부에게 줄 돈은 떼어먹고 손자 중 두 명에게는 아예 한 푼도 주지 않으면서, 자기 강아지에게는 수억 달러를 유산으로 남겼다. 늙은 그녀에게 실제로 기쁨을 준 것은 생전 찾아오지 않는 자손이 아니라 충성스러운 강아지였던 모양이다.

어떤 이들은 출생률이 점점 낮아지는 이유 중 하나가 애완동물을 키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는 외롭고 병든 노인이나 짝을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애완동물을 의지해 삶을 꾸려 나가는 비율이 점점 높아질 것이다. 불교나 도교적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만이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헴슬리처럼 내가 아끼던 강아지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 또한 병적인 자기애일 수 있다. 혹시 지금 이 순간, 병적일 정도로 동물에만 사랑을 쏟아 붓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기적인 사랑을 쪼개 이웃이나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시켜 본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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