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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 겨누는 ‘이대엽 조카 비리’수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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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OO 보좌관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조폭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경기도 성남시 공무원 30여 명이 이대엽 전 시장의 조카 이모(61)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이 전 시장 재임 당시 측근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이씨의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문자메시지를 복구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씨는 2007년 1월과 4월 공영주차장 건설사업과 관련해 건설업체에서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8월 말 구속됐다. 이씨의 부인(60)도 성남시 공무원 2명에게서 인사 청탁 명목으로 5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씨의 배후에 이 전 시장이 있는 것으로 보고 28일 이 전 시장을 출국금지했다. 인사청탁에는 청원경찰까지 개입했다. 청원경찰 송모(56)씨는 공무원 정모(49)씨로부터 1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송씨는 평소 이씨와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 지금까지 국장급(4급)부터 말단까지 5명의 공무원이 구속됐다. 소환조사를 받은 공무원은 10여 명에 이른다. 검찰 관계자는 “승진 시점에 많은 돈을 대출받은 공무원이 주요 수사 대상”이라고 전했다. 승진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검찰이 성남시에 인사자료를 요구한 공무원은 50명이 넘는다.

 검찰은 이씨와 관련 있는 성남지역 조경업체 J산업·K개발·D조경 등 7~8곳의 공사 발주·하도급 내역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완공한 신청사 건립공사와 야탑동 납골시설인 메모리얼파크 건립공사 등 이 전 시장 재임 시절의 주요 공사와 관련된 것들이다.

 공무원의 비리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성남시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한 6급 공무원은 “소문으로 떠돌던 의혹들이 사실이 되고 연일 동료들이 검찰에 불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이재명 시장이 “자수하는 공무원은 검찰에 선처를 요청하겠다”며 독려하고 나섰다. 수사에 적극 협조해 빨리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는 것이다.

성남=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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