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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2시간 39분 뒤, 삼성 웃고 KT 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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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안준호 삼성 감독과 전창진 KT 감독의 ‘연장전 인연’은 질겼다.

 삼성은 29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3차 연장 끝에 KT를 100-95로 이겼다. 삼성은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된 이정석·이규섭·이승준이 빠진 데다 ‘킹콩 센터’ 나이젤 딕슨마저 부상으로 결장했다. 그러나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KT를 물고 늘어진 끝에 승리를 따냈다. 경기 전 전창진 감독은 “팽팽한 경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지만 이 정도로 ‘끝장’을 볼 줄은 몰랐다.

 마치 시간을 2009년 1월 21일로 되돌린 듯했다. 당시 안준호 감독이 이끈 삼성과 전창진 감독이 지휘한 동부는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5차 연장까지 대접전을 벌였다. 삼성 벤치에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안 감독이 앉아있었다. 동부를 이끌던 전 감독이 KT를 지휘하고 있는 것이 달라졌다.

 4쿼터 후반까지 근소하게 앞서가던 KT는 4쿼터 종료 14초 전 표명일의 실책으로 삼성에 공격권을 넘겨주며 승부를 연장으로 이어갔다. 2차 연장이 끝났을 때도 점수는 89-89였다. 이때 이미 삼성은 차재영(14점)과 애런 헤인즈(37점·12리바운드)가 5반칙으로 코트를 떠난 상황이었고, KT 역시 조동현(21점·3점 슛 5개)이 파울 아웃됐다.

 접전이 이어졌지만 KT가 좀 더 유리해 보였다. 골 밑이 약해진 삼성을 상대로 찰스 로드(35점·15리바운드)가 선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해결사’는 삼성 강혁(6점·5어시스트)이었다. 강혁은 95-95로 맞서던 3차 연장 종료 54초 전 과감한 골밑 돌파를 시도했다. 순간 로드가 블록을 하려 점프했다가 반칙을 저질렀다. 강혁의 슛은 림에 빨려들어갔고, 바스켓 카운트가 선언되자마자 로드는 5반칙으로 코트를 떠나야 했다. 강혁이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키면서 삼성은 98-95로 앞서가 승기를 잡았다. 삼성 김동욱(25점·6스틸)은 30초를 남겨두고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으로 2점을 보태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날 경기는 2시간39분간 이어졌다. 역대 프로농구 사상 세 번째로 긴 경기였다.

 올 시즌에만 세 번째 연장전을 치른 안 감독은 “우리에게 연장전의 기운이 흐르는 것 같다. 지난해 5차 연장에서 패했던 전 감독에게 이겨 기쁨이 두 배”라고 말했다. 반면 전 감독은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울산에서는 홈팀 모비스가 LG를 86-81로 물리쳤다.

김종력 기자

◆프로농구 전적 (29일)

▶잠실(3차연장)

삼성(5승2패) 100-95 KT(5승2패)

▶울산

모비스(2승4패) 86-81 LG(3승4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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