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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신약’이 무궁무진한 미래 약속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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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시대를 막론하고 건강하고자 하는 욕망은 변함이 없다. 고대에는 질병의 치료를 위해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천연물을 섭취했다. 19세기에는 추출기술 발달로 약효를 가진 성분만 추출해 약으로 사용했다. 20세기 들어 화학기술의 발달로 약을 천연물에 의존하지 않고 인공적으로 합성하기 시작했다. 화학적으로 만든 약은 질병의 치료에 많은 공헌을 했지만 ‘질병 목표 물질’에 대해 선택성이 떨어지고 사람의 몸에 맞지 않아 종종 부작용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머크(Merck)사가 1999년에 통증치료제로 개발한 바이옥스(Vioxx)는 연 2조5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효자였지만, 부작용으로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해 초에 4조원 이상 손해배상을 물어야 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사람의 몸에서 유래된 생체물질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성장호르몬이나 인슐린 등이 생체물질로 만든 바이오 의약의 일종이다. 체내에 부족한 성장호르몬이나 인슐린을 생물학적 기법을 통해 대량생산해 약으로 사용한다. 바이오 의약 산업은 이제 단순히 부족한 것을 보충하는 수준을 넘어 질병 목표 물질을 적극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쪽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우선 질병 목표 물질을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서로 다른 질병 목표 물질에 쉽게 응용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생체 유래 물질이 있을까? 면역체계에서 만들어지는 항체(抗體)가 있다. 사람의 몸에서 약 1조 개의 서로 다른 항체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병원균을 선택적으로 결합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항체를 응용한 치료제가 20세기 말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스크립스연구소 회장인 러너 박사는 케임브리지대의 윈터 박사와 함께 휴미라(Humira)라는 관절염을 치료하는 항체를 개발했고, 이를 아보트(Abbott)사가 판매하는데 연 5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현재 항체신약산업은 초기 단계에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25개 정도의 항체신약이 팔리고 있을 뿐이다.

 항체신약 산업은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년 1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매출 규모 기준으로 세계 10대 신약에 3개나 포함돼 있다. 2014년에는 5개가 항체신약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약의 수가 4500개가 넘는 것을 볼 때 놀랄 만한 일이다. 항체신약은 매력적인 약이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고, 특히 가격이 비싸다. 1년 치료비용이 수천만원이나 든다.

 항체의 응용은 치료제에 머무르지 않고 다가오는 U-헬스(health)시대, 즉 의료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돼 ‘언제 어디서나’ 질병의 예방·진단·치료 및 건강관리가 가능해지는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리라 본다. 미국에서는 2009년 초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통신(IT)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활용할 계획을 발표했고, GE는 U-헬스 산업에 약 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외국 선진 항체연구기관들과 긴밀히 연결돼 항체를 전문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소(SKAI)의 출발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SKAI가 개발한 지적재산권은 국내에 속하게 돼 국내 항체응용산업의 발전에도 지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병두 스크립스코리아 항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