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젠화 홍콩 행정장관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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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홍콩의 둥젠화(董建華.사진) 행정장관이 10일 오후 사퇴했다. 둥 장관은 이날 "중앙정부에 사퇴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회귀된 이후 7년여간 행정장관직을 역임했다. 둥 장관은 앞으로 명예직인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통일전선 조직) 부주석으로 활동한다.

이에 따라 차기 행정장관을 노린 물밑 작업도 활발해졌다. 잔여 임기 2년인 후임자는 7월 10일 800명의 간접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된다. 그때까지 대리 행정장관직은 정통 관료 출신인 도널드 창(曾蔭權) 정무사장이 겸임한다.

홍콩의 명보(明報)는 "창이 행정장관 출마를 위해 6월 초 사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홍콩에선 둥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중국이 그동안 내세웠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이 손상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명보는 "둥 장관의 사퇴가 자의인지, 타의인지 석연치 않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하순 병원에서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은 둥 장관이 돌연 사퇴한 것은 중국 측의 압력 때문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베이징(北京)의 지도부가 홍콩의 민주.자치 문제를 놓고 몇 차례나 토론한 뒤 둥의 사퇴를 결정했다"고 말하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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