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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에 봄바람 "캠퍼스 커플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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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육군사관학교 생도끼리 이성교제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생도 간 교제를 엄격히 금지해온 생도규정 내 '남녀 생도 태도 및 품행' 조항을 고쳤다고 10일 육사가 발표했다. 아직 모두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3~4학년 생도끼리 건전한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다.

'건전한 이성교제'는 편지 주고받기나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는 정도를 말한다고 육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포옹은 물론 손을 잡고 다니는 것도'불건전'행위에 속한다. 당연히 이성교제 상대인 여생도의 침실에는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신체적 접촉이 금지돼 있다. 육사 바깥에서조차 금지다.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

1~2학년의 이성교제는 여전히 금지돼 있다. 육사 생활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저학년 남녀 생도가 고학년 생도로부터 일방적으로 사귀자는 압력을 받아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도 간 또는 비생도와의 결혼이나 약혼은 학년에 관계없이 금지돼 있다.

육사에서는 전통적으로 흡연.음주.결혼이 '3금(禁)'이다. 여기에 1998년부터 여성 생도의 입교를 허용하면서 생도끼리 이성교제하는 것을 네 번째 금기사항으로 추가했다. 이성교제가 생도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전체 교육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것을 최근 부분적으로 풀기로 한 것은 "시대적 조류를 반영해 생도들의 권리를 찾아주려는 것"이라고 육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2002년 첫 여성 생도 졸업자가 나온 이래 90여 명이 소위에 임관했다. 이 가운데 10명이 육사 선배와 결혼했다.

지난 9일 육사 졸업식과 함께 결혼식을 올린 여자 졸업생의 상대는 바로 2년 선배였다. 결국 고학년 생도가 되면 사귀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 육사에서는 남녀 생도끼리 사귈 수 있다. 하지만 여생도가 임신하면 남자생도가 퇴교당한다. 임관한 뒤 결혼할 때도 같은 부대에 상하관계면 근무할 수 없다. 다른 부대로 전출하거나 한 명이 예편해야 한다. 사적인 관계가 공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는 육사보다 이성교제에 훨씬 너그럽다. 이미 1학년을 제외한 2~4학년에게는 건전한 이성교제를 허용하고 있다. 공사.해사도 생도 신분으로 결혼하는 것은 금지한다.

그러나 육사와 달리 생도대장이나 학교장의 승인 아래 4학년 2학기가 되면 비생도와는 약혼할 수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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