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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인민일보, 원자바오 개혁론에 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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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촉발한 정치개혁 논쟁에 중국의 대표적 관영 언론들이 뛰어들었다. 인민일보는 27일 정칭위안(鄭靑原)이라는 필명의 칼럼을 통해 “개혁·개방 30년간 중국이 거둔 성과는 사회주의 정치체제가 중국 상황에 맞고 생명력이 있음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형태의 정치개혁이든 대전제는 중국의 사회주의 틀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도 이 글을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인민일보와 한목소리를 냈다.

 뉴욕 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중국식 정치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민일보 칼럼이 원 총리에 대한 비난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원 총리는 지난 8월 20일 광둥(廣東)성 선전(深)에서 ‘선전 경제특구 지정 30주년’을 맞아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당시 “정치체제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이미 달성한 경제개혁 성과도 잃을 수 있다”고 밝혀 체제 논쟁에 불을 붙인 뒤 최근까지 여덟 차례나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중국의 관영 언론들은 찬반으로 갈라져 논전을 벌여왔지만 인민일보가 원 총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은 이례적이다.

칼럼은 구체적으로 “중국 정치개혁이 괄목할 만한 경제성에 비해 심각하게 뒤처져 있다는 생각은 법적 객관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객관적 사실과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NYT는 이와 함께 이 칼럼이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촉발된 중국 지식인·공산당 원로들의 개혁 요구에 대한 당의 공식 반응 성격을 띠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인민일보 칼럼·사설은 당 지도부의 권위가 반영된 글”이라며 “정치개혁 요구를 멈추라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표적 선전매체들이 공식입장을 밝힘에 따라 당내 개혁파와 보수좌파 간 의견을 대변했던 각급 기관지의 논쟁이 잦아들지 주목된다. 그간 공산당 좌파의 목소리를 반영해온 광명일보와 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구시(求是)’는 “중국은 공산당의 지도 아래 안정과 발전을 이뤄왔다”며 원 총리의 노선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산당 고급간부 양성기관인 중앙당교의 ‘학습시보’ 등은 개혁파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학습시보는 ‘정치개혁은 인민들이 원하는 것’이라는 글을 통해 “모든 개혁 가운데 정치개혁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은 정치개혁에 성공해야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며 원 총리의 개혁 발언을 지지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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