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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경쟁력이다] 전남 광양 '매화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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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3월 중순께 만개하는 매화꽃은 6월에 매실로 수확,각종 건강식품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매화마을'. 길게 뻗은 섬진강에서 재첩을 캐는 아낙네와 먹이를 찾아 힘찬 날갯짓을 하는 왜가리가 수십만 그루의 매화와 어우러져 빼어난 자연경관을 연출하는 곳이다.

이 마을은 '봄의 전령사' 매화로 한해 14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3월 중순께 만개하는 매화꽃은 관광자원으로, 6월 초 수확하는 매실은 건강식품으로 가공해 판다. 150여 농가가 사는 매화마을에는 3월 초부터 관광객이 몰린다. 지난 주말과 휴일이었던 5~6일 이 마을에는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매화를 보려는 관광객이 1000명 이상 몰렸다.

◆웰빙바람 타고 탄력 붙는 매실산업=매화마을은 주말인 12일 개막하는 매화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곳곳에 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이 떠 있고 플랜카드 등이 걸려있다.

이 마을은 지난해 열린 축제 때 50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려 특산품 판매 10억여원, 관광기념품 판매 1억1000만원, 음식.숙박업 등 간접수입 30억원(추정), 주유소 등 기타 소득 18억원 등 60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농민들은 또 매실을 가공해 지난해 80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 한해 모두 140억원의 소득을 올린 셈이다.

5만여 평에 10만 그루가 넘는 매화나무를 기르고 있는 '청매실 농원' 내 공터와 야산 등지에 놓인 30년 이상된 매실 숙성용 옹기 2200여개는 관광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 올 정도다. 시큼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숙성된 매실은 건강식품 원료로 사용된다.

▶ 지난해 3월 매화 축제를 찾아온 관광객들. 지난 한해 50여만명이 다녀갔다. 양광삼 기자

매화마을은 섬진강변에 위치, 습도가 높아 매실이 자라기 좋은 조건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매실은 알이 굵고 윤기가 유난히 강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 마을 농가는 500여ha, 30여만 그루에서 매년 전국 생산량의 23%인 3000t의 매실을 생산한다.

웰빙바람이 불기 전인 2000~2002년 소득은 28억~35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3년 50억원으로 매출이 껑충 뛰면서 지난해에는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매실을 이용한 건강식품도 예전엔 매실 장아찌.된장.고추장.절임 등 10여 가지의 반찬류만 생산했으나 지금은 매실 초콜릿.화장품 등 20여 가지로 다양해졌다. 이들 제품은 서울 등 전국 대도시 백화점 등에서 팔리고 있다.

◆매화마을 어떻게 조성됐나=홍쌍리(63)청매실 농원 회장의 시아버지 김오천(1988년 사망)씨가 일제 때 광부로 일본에 끌려갔다 1931년 귀국하면서 매화나무 5000그루를 가져와 심은 것이 계기가 됐다. 시아버지 밑에서 매화나무 농사일을 배우던 홍 회장은 밭에 떨어진 매실 즙으로 손을 닦아보니 비누로도 잘 지워지지 않는 탁한 흙물이 말끔히 없어지는 것을 보고 매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매실이 노폐물 제거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홍 회장은 그때부터 40여 년 동안 매년 묘목 2000~3000그루씩 심었다. 그가 매실 건강식품을 개발한 것은 9년 전부터다. 이전엔 매실을 따 가공하지 않은채 한약방 등에 팔았다. 홍 회장의 매실산업이 성공을 거두자 인근 농가들도 매실나무를 심기 시작해 지금은 30여만 그루로 늘었고 가공공장도 10여 곳이나 생겼다. 그는 "매실산업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친환경 농법을 연구해 국내 최고의 매실산업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매실산업 세계화=광양시는 지난해 민간업체, 학계.농민.공무원 등 10명으로 '매실세계화 기획단'을 만들었다. 이 기획단은 매실에 대한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연구와 심포지엄 등 매년 학술발표회를 연다. 우량 매화나무 품종 개량에도 매년 1억여원을 지원한다. 또 매실산업 종주국인 한.중.일 공동으로 미국.영국 등 유럽시장을 파고들기 위한 홍보전도 펼친다. 내년엔 10억원을 들여 영화.드라마 촬영 세트도 지을 예정이다.

광양=서형식 기자

광양=서형식 기자<seohs@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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