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임원 - 정관계 인사 대화록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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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C&그룹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가 수백억원대 해외 비자금 의혹으로도 번질 것으로 보인다. 사기 대출 등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국내 감독당국의 통제권을 벗어난 해외법인으로 빼돌려 임 회장의 ‘개인금고’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룹 ‘구조본’의 성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해외 비자금에 대한 첩보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C&그룹 임병석 회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중공업의 해외 법인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중공업이 1992~94년 중국 광저우·다롄·상하이 등에 세운 컨테이너 공장 소유의 계좌를 통해 임 회장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26일 이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검찰은 임 회장의 사기혐의 등 범죄 사실에 대한 정리가 마무리되는 대로 비자금 존재 여부와 규모를 확인한 뒤 중국 법인의 재무 담당 임직원들을 불러 돈의 용처를 캐물을 계획이다. 검찰은 C&중공업이 중국에서 거둔 수익 가운데 상당 금액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거나 국내 대출 자금을 중국 현지 계좌를 이용해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C&중공업이 목포 조선소 건설 등 무리한 사업 투자 끝에 퇴출되면서 중국 컨테이너 공장들도 가동을 멈췄지만, 법인 소유 계좌들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중공업의 감사보고서엔 이 회사가 2006년부터 3년간 중국법인과 약 3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룹 내에서 400억원대 부당 지원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해운업체 C&라인 또한 싱가포르·말레이시아·홍콩 법인 등에 지원금이 빼돌려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C&그룹 법률 자문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임 회장이 개인 용도를 위해 비자금 조성을 시도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또 지난 21일 C&그룹 본사 압수수색에서 임 회장이 임직원들에게서 받은 일일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일보고서는 임 회장이 지시를 내리면 임직원들이 회장에게 직접 결과 보고를 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일부 간부가 작성한 보고서의 경우 정·관계 인사들과 만난 뒤 현안에 관해 나눈 대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어 로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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